최근 동국대는 국내 최초로 약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킨 ‘Pharm-MBA’(이하 팜-MBA)를 신설했다. 경영전문대학원에 개설된 이 과정 주임교수를 맡은 권경희 교수의 소속은 경영학이 아닌 약학. 동국대가 2011년 약학대학(이하 약대) 신설을 앞두고 영입한 케이스다.
새 얼굴들이 대학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23일 동국대에 따르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가 주도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설립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대학 차원에서 미는 특성화 단과대학이나 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융·복합연구나 미래지향적 학문 분야 설립 등 다양한 필요성에 따른 움직임이다.
서울대 약대 교수로 있던 권 교수는 지난달 동국대로 옮기면서 팜-MBA 개설을 제안했다. 자연과학 영역으로만 분류된 제약산업에 사회·경영학적 지식을 도입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권 교수의 아이디어를 동국대가 적극 검토해 받아들이면서 팜-MBA가 탄생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권 교수가 희소성 있는 ‘사회약학’ 전공자란 사실이 깔려있다. 사회약학은 약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연구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융합학문인 셈이다. 권 교수는 “융·복합연구가 가능한 6년제 약대 신설을 계기로 사회약학 박사 과정도 처음으로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도 외부 영입 인사들이 주축이 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8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에너지 관련 단과대학인 에너지·환경대학을 설립했는데, 교수진 대부분이 외부 영입 인사다.
에너지·환경대학은 경주를 비롯한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의 인력 수요를 노리고 전략적으로 추진한 특성화 단과대학이다. 경주 인근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양성자가속기센터,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 3대 국책사업이 유치됐기 때문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을 과감히 교수로 영입한 게 효과를 봤다. 이중재 에너지·환경대학 학장이 대표적 케이스다. 그는 교수로 초빙되기 직전까지 한수원 사장을 지냈다. CEO로 쌓은 경험을 십분 살려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더 큰 힘은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연이어 교수로 영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 학장은 정부 출연 연구소 분원을 유치하고, 각종 국책사업 추진단을 운영하는 등 에너지 특성화를 본 궤도에 올려놨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분야 전문가라 단과대학 설립 초기부터 특성화 방향을 정확히 설정해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포스텍 해양대학원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해양대학원장을 맡은 김구 교수부터 지난해 서울대에서 영입됐다. 김 원장은 해양 관련 분야에서는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저명 인사다. 동아시아연해해양순환연구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해양대학원은 국내에 해양기능인력 양성기관은 있으나 ‘해양과학’ 분야에 대해서는 취약하다는 문제 인식에서 설립이 추진됐다. 해안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의 특성화 분야가 맞물렸다.
포스텍 해양대학원 관계자는 “김 원장이 해외 인맥이 넓다면 국립수산과학연구원에 오래 재직하다 부산대에서 옮겨온 강창근 교수는 국내 수산해양 쪽에서 마당발로 통한다”며 “전임교원 모두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라고 귀띔했다. 황점식 교수도 해양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네이처’급 논문을 게재한 실력파다.
이와 관련해 포스텍 측은 “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지 못했다면 해양대학원 설립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분들을 모시는 것을 전제로 해양대학원 설립에 나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