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25개 로스쿨 재정 수익·지출 현황 - 등록금 이외 수익과 인건비·장학금 외 지출은 표기하지 않음(자료 제공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재정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설치인가 당시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데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로스쿨 총정원 규제에 묶여 있어 재정확충을 위한 학생 수 증원은 불가능하다.
■“등록금 수입, 인건비 감당도 안돼”=12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5개 로스쿨의 등록금 수입은 319억4000만원. 이에 비해 인건비 지출 총액은 986억원으로 등록금 수입의 3배를 넘어섰다. 개원 2년차인 올해도 등록금 수입은 총 623억원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인건비 지출은 1051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런 재정난은 로스쿨 3학년생이 모두 채워지는 내년에도 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로스쿨협의회는 전국 25개 로스쿨의 내년도 등록금 수입을 총 951억6300만원으로 추계했다. 이 가운데 전임·비전임 교원과 직원 보수를 합한 인건비 지출 규모는 1125억원이다. 등록금 수입으로는 교수·직원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설치인가 당시 20% 이상으로 책정한 장학금 지급률도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2011학년 국공립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액은 89억2000만원으로 추정된다. 25개 로스쿨의 총 장학금 지급액은 340억8900만원으로 전체 등록금 수입 대비 35.9%에 이른다.
로스쿨 재정 구조 악화는 인가 당시부터 예견돼 온 일이다. 대학들은 로스쿨 설치인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전용건물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세미나실 △정보화시설 △기숙사 등을 마련했다. 전국 25개 로스쿨이 초기 투자비용으로 총 29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는 로스쿨 별 평균 116억원에 해당한다.
■초기 투자비용 학교당 116억원=반면 로스쿨은 총정원에 묶여 재정 확충을 위한 증원을 할 수 없다. 정원 100명 이상의 로스쿨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편이지만, 100명 미만의 로스쿨은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정원 40~80명의 로스쿨은 15개교에 달한다.
중앙대 로스쿨은 입학정원이 50명이다. 지난해 개원했기 때문에 학생 수는 100명 안팎이다. 학생들의 등록금(1인당 연간 1600만원)을 다 받아도 최대 16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전임 교수 수는 34명이다. 이들의 인건비만 해도 연간 3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학금 지급액을 제외한 등록금 수입으로는 이에 절반도 충당하기 어렵다.
장재옥 중앙대 로스쿨원장은 “로스쿨 정원을 규제하면서 국가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라는 것은 문제”라며 “로스쿨법에서 전임교원을 최소 20명 이상 확보하도록 했으면, 학생 정원도 최소 80명 이상은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설치 기준은 높게 설정한 반면, 이를 뒷받침 할 재정확충의 활로는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치기준은 ‘높고’ 재정확충은 ‘막고’=실제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별 전임 교원 수는 최소 20명이 돼야 한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2명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로스쿨별 최소 학생정원이 80명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설치인가 당시 총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대학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학들의 시설투자가 과다하게 집행됐다.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인가 기준에 맞는 교원 확보를 위해 로스쿨 별로 교원 충원이 이뤄졌다. 지난 2006년 법학부 때의 전임 교수 수는 674명이었으나 2008년 로스쿨 체제 아래선 778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학생 수는 반토막으로 줄었다. 2007년 로스쿨을 인가 받기 전의 25개 대학의 법학부 입학정원은 4197명이었다. 반면 로스쿨 인가 뒤의 25개교의 로스쿨 정원은 2000명으로 줄었다.
정완용 경희대 로스쿨원장은 “전국의 로스쿨 전체가 학생 수에 비해 교원과 시설이 과잉 투자됐다”며 “거기서부터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등록금 수입으로는 이를 충당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희대 로스쿨의 경우 학생 정원이 60명인 데 비해 전임 교수 수는 36명이나 된다. “등록금 수입으로는 로스쿨 예산의 3분의 1도 충당하지 못한다”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평가 때문에 지출 줄일 수도 없어=그렇다고 장학금 지급액이나 전임 교원 수를 줄일 수는 없다. 당장 올해 말부터 자체평가를 받아야 하고 2012년엔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인증·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출 규모를 줄였다간 자칫 낮은 평가를 받아 정원감축이나 인가취소를 받을 수 있다.
로스쿨들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법률상담센터’나 ‘리걸클리닉’도 걱정이다. 최근 확정된 로스쿨 평가기준에 따르면, 학생들이 법률문제를 실제 접할 수 있도록 교내에 리걸 클리닉을 운영하는가를 평가한다. 정완용 원장은 “리걸 클리닉을 운영하려면 현직 변호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도록 해야 하는데, 로스쿨 실무교수들의 경우 변호사직을 휴직한 상태”라며 “외부에서 현직 변호사를 영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모임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정종섭)는 이런 이유로 최근 정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협의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2011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정부예산 지원요청 및 설명자료’에 따르면, 정부예산지원으로 65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장학금 200억원 △교과과정 내실화 150억원 △로스쿨 체제 정착금 150억원 △사립대 로스쿨 경상비 150억원 등이 요청 내역이다.
■교과부 예산지원 요청에 난색=교과부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대현 대학원지원과장은 “600억원 이상의 교육예산을 특정 분야·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며 “더욱이 요청내역을 보면 장학금 지원 등은 로스쿨 설치 인가시점에서 대학들이 확보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원 요청액이 너무 많고, 요청 내역도 대부분 인가 당시 대학들이 약속한 부분이라 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다.
로스쿨 인가신청을 했다 탈락한 대학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정용상 동국대 법대학장은 “로스쿨의 재정 형편이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학부법학교육에 대한 지원 없이 로스쿨만 지원하는 데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과거 국가가 맡았던 법조인 양성을 로스쿨에 이관한 만큼 그에 따른 정부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로스쿨들의 생각이다. 김용우 동아대 로스쿨원장은 “정부가 사법연수원생들에게 월급까지 주면서 법조인을 양성해 온 만큼, 이제 그 기능을 대학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