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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아웃소싱 곳곳서 ‘마찰음’
대학 87%가 단순노무직 아웃소싱으로 대체
용역업체 교체하는 과정서 용역직원과 갈등
“진리의 전당인 대학서 인권문제 뒷짐” 지적도


▲서울의 한 대학캠퍼스의 청소미화원 모습 (사진제공=세종대 학생모임 한식구)

청소·경비 등 대학의 단순 노무직이 아웃소싱(outsourcing)으로 대체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처우 또한 열악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때문에 진리를 가르쳐야 할 대학이 정작 교내에서 일하는 용역 직원들의 인권문제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용역업체 직원과의 갈등 속출=지난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용역업체를 고용한 대학과 대학병원에서 용역직원과 갈등을 겪는 곳이 많았다. 올해 초 경기지역 A대학에선 해고된 청소용역업체 직원이 청소세정제를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 일이 벌어졌다. 그는 대학 측에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후 병원으로 후송돼 목숨은 건졌지만, 해고통보가 철회되지 않아 복직하진 못했다.

이번 사건은 A대가 청소용역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신규 용역업체를 선정하자, 기존 용역업체가 이 직원을 포함 33명의 미화원들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그러자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용역직원들이 부당해고를 철회하는 집회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직원이 생긴 것이다.

경기지역의 또 다른 B대학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졌다. 계약만료시점에 일부 용역직원들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해고된 용역직원들은 “그간 노조를 결성, 근로여건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기 때문에 부당해고 됐다”고 주장한다.

인천의 C대학에선 청소용역직원들의 업무량을 두배로 늘리면서, 인원은 줄이려다 마찰을 빚었다. 최근 송도캠퍼스로 이전한 이 대학은 기존 6개 건물의 청소를 맡았던 용역직원들에게 같은 인원으로 11개 건물을 맡겼다. 직원들이 인원충원을 요구했지만, 대학은 오히려 기존보다 6명 줄인 26명을 기준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용역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학과 계약을 체결한 신규 업체는 기존 31명의 고용을 승계하는 대신 임금을 동결했다.

대학병원에서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대병원에선 용역직원들이 열악한 처우를 폭로하는 사진전을 열려다 병원 측과 몸싸움을 벌였다. 병원 측이 고용한 경비직원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사진전을 무산시킨 것이다. 이날 전시될 예정이던 사진에는 식사할 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용역직원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대학병원 청소노동자 현실을 알리기 위한 사진전의 일부 (사진제공=공공노조) 

■급격한 고용 유연화, 87%가 아웃소싱=이러한 갈등은 대학 고용시장이 10여 년 전부터 급격히 유연화 되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간 대학이 직접 고용하던 청소·경비 등 단순 노무직이 아웃소싱으로 대체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분석한 ‘대학 비정규용역 노동자 실태와 개선방안(2007)’자료에 따르면, 용역업체를 통해 직원을 간접고용하고 있는 대학은 국·공립대가 100%, 사립대가 84%였다. 국·사립을 포함 전체 86.7%의 대학이 단순노무직을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있다.

용역업체에 의해 고용된 직원 대부분은 1~2년 계약으로 대학 내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를 담당한다. 이 가운데 청소용역직원들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론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휴식시간을 업무로 대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노조 권태훈 서울경인지역 조직부장은 “표면상 근무시간은 6시간 휴식시간 4시간으로 계약하지만, 실질 노동시간은 휴식시간이 거의 없이 10시간을 다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기준도 지키지 않아=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현재 서울시내 40여개 대학 중 용역직원 노조가 결성된 대학은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동덕여대·성신여대·덕성여대·서울대 등 7곳. 대부분 올해 근무시간 8시간에 85만 8990원(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

권태훈 공공노조 조직부장은 “노조에 가입된 대학 중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곳이 95만 6000원이다. 노조결성이 오래된 곳에선 110만원을 받는 등 임금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입 대학들은 임금인상 뿐만 아니라 단체협상을 통해 휴식공간·고용 보장 등 근로여건 문제도 해결해 가고 있다.

반면 용역직원들은 대학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노조결성에 나서지 못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용역업체 미화원은 “노조를 만들고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싶어도 자칫 부적합한 직원으로 찍혀 다음번 계약 때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다”며 “당장 이 일을 못하면 먹고살 일이 걱정이라 낮은 임금이라도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일부대학에선 용역업체와 정규직 직원을 모두 두는 경우도 있다. 덕성여대·성공회대·건국대 등에선 한 건물 안에 학교가 고용한 정규직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이 함께 일을 한다. 같은 일을 하지만 학교직원과 용역업체 직원의 처우는 판이하게 다르다. 건물 1·2층을 사이에 두고 용역직원과 학교직원이 서로 다른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권태훈 공공노조 조직부장은 “용역직원이 느끼는 차별감이 더 큰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학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용역업체에서 고용한 직원이므로 제 3자인 대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학이 용역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인사권은 쥐고, 책임은 떠넘기는 대학= ‘대학 비정규용역 노동자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77.4%의 대학이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고 권한을 갖고 있는 대학은 90%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대학은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해 실권을 쥐고 있으면서, 책임만 용역업체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위해 아웃소싱으로 대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단순노무직을 간접 고용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이란 주장이다. 현재로선 대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련 법규도 없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진리를 가르치는 대학에서 용역직원에 대한 인권문제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국여성노조 김정임 경기지부장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진리를 가르치고, 노동권을 가르치면서 정작 대학에서 비인간적 처우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내 청소용역직원에게 막말을 한 ‘패륜녀’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건국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매일 드나드는 학교에서 직접 눈으로 고용차별의 현실을 보고 있다”며 “대학의 이런 행태가 어머니뻘 되는 환경미화원에게 막말을 퍼붓는 사건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의 직접고용이 필요하단 주장은 이래서 나온다. 직접고용을 통해 청소·경비 직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현재 대학이 용역업체에 보장해 주는 수익을 활용하면 가능해진다. 부산대는 지난해부터 미화원들을 직접 고용하기 시작했다. 대학이 부담하는 청소예산은 전과 같지만 미화원들의 임금은 9~10만원 정도가 올랐다. 용역업체에 돌아가던 수익을 전환, 용역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준 것이다.

부산대 총무처 관계자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을 해도 결국 문제가 생기면 결국 학교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직접고용으로 바꾸게 됐다”며 “그렇다고 학교가 부담하는 비용이 늘지는 않았다. 용역업체의 이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가 직접 고용을 하다 보니 업무량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이번 직접고용의 장·단점을 살펴 현재 용역을 주고 있는 경비직도 직접고용으로 바꿀 계획이다.

홍여진 기자 (dike@unn.net) | 입력 : 10-08-20 오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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