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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중국 내 한국어 열풍을 바라보며
김석환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지난 2005년 연구년을 맞아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 있는 칭다오대에 일 년을 보낸 적이 있다. 산둥성 지역은 일찍부터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탓인지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았다. 그리고 위도가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같아 기후와 자연 생태계가 비슷해 때로는 우리나라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난 굳이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중국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학과에 부탁해 매주 3·4학년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데도 불구하고 학년 정원이 30명인데 반으로 나누어 강의를 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해 한국어로만 강의했으나 학생들이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도 그 덕분인 것 같았다.

매주 한국어로 1000자 분량의 글을 써 오라는 과제를 냈는데 문장은 비교적 단순했으나 맞춤법이 틀리거나 문법에 어긋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던 중 '산둥성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참여했다. 대회엔 14개 대학의 한국어학과 학생 대표 40여 명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모두들 중국 학생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걸 보고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편 칭다오대와 인접한 해양대 한국어학과 주관으로 중국 내 한국어과 종합학술대회가 열려 나도 발제자로 참여했다. 대회는 중국에 있는 56개 대학의 한국어과 교수들과 우리나라에서 온 국어국문학과 교수 20여 명이 참여해 대성황을 이뤘다. 300백 명가량의 참가자들이 2박3일 동안 호텔에 머물면서 여러 분과로 나뉘어 크고 작은 방에서 발표와 토론을 했다. 자료집엔 한국 어학·문학 분야의 발제 논문이 100편 정도나 실려 있었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국어국문학과가 인기를 잃어 가는데 남의 나라에서 그렇게 열심히 한국어를 연구하고 배우고 있다니 만감이 교차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보내면서 중국에서 확산되는 한국어 교육의 현황에 대해 질문했다. 학과 교수들은 주로 우리 동포들이었는데 일부는 일찍이 북한으로 가서 유학을 하고 온 한족들도 섞여 있었다.

중국이 개방된 이후 우리나라와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어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산둥성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한 곳이라 한국어를 구사할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칭다오시에 있는 칭다오대와 해양대의 한국어과는 가장 인기학과로서 취업률 1위를 기록한 지 10년쯤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중국의 여러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도 한국어학과는 인기 있는 학과로 부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름없이 중국에서도 취업 문제는 대학 졸업생들의 주요 관심사다. 그래서 취업이 잘되는 한국어과가 대학 또는 전문대학에 많이 세워지고 정원도 다른 학과에 비해 많았다. 특히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린 리자오시의 곡부사범대에도 한국어학과가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많아 교사를 충원하기 위해 급히 개설했다고 했다. 아무튼 대충 중국 여러 대학의 한국어학과 재학생 수를 짐작해 보니 우리나라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보다 많을 것 같았다.

중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지만 거리에서 한글로 쓴 간판은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유명한 외국 기업이나 상품도 중국에 들어오려면 중국어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국어를 철저히 지키면서 외국어인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중국의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국문학을 전공한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남의 나라에서는 한국어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국적도 모르는 외국어를 무심코 섞어 쓰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인문학의 기초인 국어국문학이 점점 홀대받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08-16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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