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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위상 높일 정치력 절실”
수업연한 다양화 등 과제해결 요구
인식전환과 함께 재정지원도 절실
전문대학은 전문대교협회장에게 ‘세 가지 숙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갈 길 바쁜 전문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업연한 규제, 그리고 4년제 대학에 비해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지만 턱없이 낮은 정부 지원, 무엇보다 전문대학을 4년제 대학의 하급기관으로 여기는 차가운 시선이다.

145개 전문대학 재적생이 75만 명에 이르고, 대학 입학정원이 전체 고등교육 규모의 40%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교과부 49개 과 중 전문대학 담당기관은 전문대학정책과가 유일하다. 전문대학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전문대학이 각종 정부 정책에서 제외돼 ‘위기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대학에 정치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수업연한 다양화가 미래 = 현재 고등교육법 제48조에 따라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은 1.5년에서 최장 3년까지 편성할 수 있다. 그렇지만 4년까지 늘려 달라는 게 전문대학의 요구조건이다.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장은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한 전문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이란 연구논문을 통해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 수업연한 다양화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며 “수업연한 규제 때문에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규제가 풀리면 전문대학은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 나머지 문제들 역시 선순환식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은 산업체가 원하는 고급 기술인력을 배출하고, 전문대학 졸업생의 임금 증가로 이어지며, 아울러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차츰 변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 재정지원 턱없이 부족해 = 수업연한 규제와 함께 4년제 대학에 비해 낮은 재정지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과 비교해 학교 수는 45.8%, 입학정원은 42.1%, 재학생 수는 27.5%에 달한다. 이에 반해 재정지원은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대학 대비 4년제 대학 지원 예산 변화추이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지난 2007년 4년제 대학 예산은 1조626억원으로 83.9%였지만, 전문대학은 2037억원으로 16.1%에 불과했다. 2008년 역시 4년제 대학은 1조3078억원으로 83.9%였고, 전문대학은 2518억5000만원으로 16.1%였다. 2009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져 4년제 대학은 1조4839억원으로 84.5%, 전문대학은 2724억3000만원으로 15.5%로 줄었다.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4년제 대학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열악한 재정지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 양한주 한국전문대학교육연구학회장은 이러한 실태에 대해 지난 5월 열린 ‘직업교육 선진화정책 대토론회’에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전문대학 정원은 13% 감축됐고, 반면 4년제 대학은 0.6% 증원됐다.

그럼에도 전문대학의 취업률은 4년제 대학보다 18% 높으며, 현재 미취업자 9만5000명 중 4년제 대학 출신이 76%나 된다. 4년제 대학이야말로 청년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역시 정부의 이 같은 재정지원에 대해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더 높고, 고등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년제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며 “4년제 대학은 청년실업을 비롯해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등 현재 ‘공급과잉’ 상태인데, 정부의 지원이 집중돼 있다. 실패한 4년제 대학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전문대학 지원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인식개선 가장 시급하다 = 전문대학에 대한 차별 철폐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대구에서 열린 이주호 장관 내정자(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와 전문대학 학생,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한 ‘전문대학생과의 대화’ 행사에서는 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대구 소재 전문대학 7곳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원 및 이들을 고용한 산업체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 장관 내정자에게 “4년제 대학생들과의 차별을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기업들이 학력 위주로 모집하는 것을 확인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구분하고, 급여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병원에 취업한 이영주씨(대구보건대 졸업생)는 “병원에 취업해 보니 나이와 성별 제한은 없어졌으나 학력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며 “4년제 대학과 동일한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입사 지원 시 제한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차별은 곳곳에서 보인다. 김정길 회장이 ‘학장’ 명칭을 ‘총장’으로 바꿨지만, ‘대학교’ 명칭은 여전히 쓸 수 없다. 지난 1999년부터 4년제 대학은 ‘대학교’를, 전문대학은 ‘대학’만 쓰도록 하고 있다. 학과명 역시 ‘00학과’가 아닌 ‘00과’로만 사용해야 한다.

또한 취득학점이 같더라도 전문대학인지 4년제 대학인지 여부로 국가자격시험의 응시요건에서 차별받고 있다. 작게는 이런 문제들에서 크게는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격상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 협의회장 ‘정치력’ 필요 = 전문대학이 풀어야 할 숙제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전문대교협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력’이란 답이 나온다.

지난 5월 열린 직업교육 선진화정책 대토론회에서 교과부 패널로 참석한 박준 전문대학 정책과장이 던진 ‘우물 밖 개구리’ 발언은 이러한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박 과장은 이날 “대학 안의 문제는 총장이나 구성원이 해결하면 되지만, 대학 외적 문제는 정치적 결정과정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풀어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박 과장은 “그러려면 4년제 대학 총장과도 함께해야 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누구인지 잘 지켜보고 설득시키는 등의 행동을 취해야 하지 않느냐”며 “전문대학만 모여서 이렇게 (토론회를) 하는 것에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전문대학은 ‘우물 밖 개구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한주 한국전문대학교육연구학회장 역시 전문대교협회장의 우선 요건으로 정치력을 꼽았다. 아울러 전문대학 총장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통합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양 학회장은 “전문대학이 처한 현재 사정을 볼 때 정책적 능력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외부적으로는 정부와 ‘코드’를 같이할 수 있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전국 145개 전문대학을 통합·리드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0-08-16 오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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