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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경희대서 강연
20일 특유의 질답식 강의 진행... 4500명 참석
"더 나은 정치 위해 도덕적 이견 두려워 말고 토론해야" 강조
“2020년 하버드대 평양 캠퍼스를 열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뽑을 것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사진>가 20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대중 강연회를 열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학서적으로 8년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대한민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샌델 교수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청중들에게 ‘안녕하세요’, ‘방가방가’라는 한국어 인사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강연 내내 질문하고 답변을 듣고 다시 질문하는 방식을 이용해 참석한 4500명의 청중과 함께 강연회를 이끌었다.

강연은 세가지 질문을 토대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19세기 말 난파당한 영국 보트에서 일어난 식인 사건에 대한 질문이었다. 선원 4명이 난파됐고, 먹을 것이 없어 선원 한명을 죽여서 나눠먹었다. 그들은 무죄인가 유죄인가? 교수의 질문에 청중들은 무죄와 유죄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고 샌델 교수는 중간 중간 청중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다시 질문하며 토론을 발전시켰다.

두 번째는 ‘누가 가장 좋은 플루트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화두였다. 청중들은 가장 연주를 잘하는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결론으로 기울었고, 샌델 교수는 ‘정의란 탁월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을 적용해 설명하며 청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마지막은 “2020년 하버드대 평양 캠퍼스를 열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우수한 교육 기회가 없던 북한 학생들에게 입학우선권을 준다면 그것은 정의로운가?” 라는 질문이었다. 청중들은 ‘특혜다', '아니다’로 갈려 공방을 벌였다. 한 참석자는 “이런 소수자우대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단순히 부모가 북한에서 살고 있었다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 학업성취도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에 열기를 더했다.

샌델 교수는 “개인적으로 더 나은 정치를 찾아가는 길은 이러한 도덕적인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견을 내놓는 것”이라며 “정치공론화에 참여 한다면 더욱더 건전한 민주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준비한 강연 내용을 마쳤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참가자들의 질문은 줄을 이었다. 참석자들은 ‘왜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것인가?', '인간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부터 ‘한국인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아프가니스탄의 미군파병’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2시간 가량 이어진 강의 이후에도 샌델 교수는 사인을 요구하는 청중들에게 둘러싸여 한동안 퇴장하지 못했다.

딸과 함께 왔다는 한 학부모는 “고등학생 딸이 책을 읽고 졸라서 같이 오게 됐다" 며 ”책에서 본 것보다 현장감 있고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역시 이날 강연에 자리를 함께 한 최정상 씨는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뜨거워 참석하게 됐다”며 “정의에 대한 결론을 기대하고 왔는데 명확한 결론은 못 내린 것 같아 아쉽다”라는 말을 남기도 했다.

샌텔 교수는 대중 강연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치고 오는 22일 출국한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 | 입력 : 10-08-21 오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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