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을 다녔다는 것만으로 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던 시대가 반세기 전인데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가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런 만큼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조명할 때가 되었다.
이제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니다. 대학은 교양과 전문영역을 함께 배움으로써 직업적 전문성을 기르는 곳이지만, 소수를 위한 귀족적 교육기관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다니는 보편적 교육기관이 되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85%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대학은 더 이상 종결교육기관이 아니라 평생학습기관이다. 오늘날은 지식기반사회다. 물질보다 지식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낳는 사회다. 생산되는 지식의 양이 엄청 많고 지식의 변화 속도 역시 엄청 빠르다. 그래서 대학에서 한 번 배운 것을 평생 써먹지 못한다. 일생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이를 직업세계에 활용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인재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따라서 대학은 청년기에 한 번 거쳐 가는 곳이 아니다. 모든 국민 평생 동안 활용할 수 있도록 대학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존 대학제도를 평생학습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제도로 전환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은 지금부터 서서히 성인 학습자를 위한 학습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성인이라 함은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에 대학을 다녔지만 재교육을 원하는 성인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대학이 제 기능을 하는 것이요, 미래지향적 대학이 되는 길이다. 현재 대학은 학령기 학생들만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폐쇄적이다. 평생학습시대에 맞춰서 개방해야 한다.
성인의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는 지금도 매우 높다. 지금은 이러한 수요의 대부분을 원격대학과 방송통신대에서 충족시켜주고 있다. 2007년 현재 방송대 재적생은 27만 명, 원격대학 재적생은 8만5000명에 이른다.
이런 특수 대학 말고 기존 대학은 아직까지 성인 학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물론 성인 학습자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한 학기에 두세 과목만 듣더라도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다. 꼭 4~5년 만에 졸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학에서 이 시간제 등록제를 이용하는 성인 학생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최근 시간제 등록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2008년 9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간제 등록생만으로 편성되는 모집이 허용됐다. 그리고 시간제 등록생이 매 학기 취득할 수 있는 학점도 기준학점의 절반인 9학점에서 12학점으로 늘어났다. 이제 야간이나 주말 시간을 활용한 집중수업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성인이 대학에서 학습하는 것이 더 용이해지길 기대해 본다.
또한 교과부에서는 ‘평생학습 중심대학’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성인학습자에게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 구조를 개혁하는 사업이다. 기존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이 아니라, 대학 정규교육과정을 성인 학습자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2008년 처음 시작돼 7개 대학이 지정받았고, 2009년에는 30개교가 추가로 지정됐다.
이후 2010년에는 대학 전체 체제개편형과 대학평생교육원 체제개편형으로 세분화돼 각각 10개교, 총 20개교가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대학이 스스로 평생학습중심대학으로의 체제 개편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인 학습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체계가 변화된 것이다.
평생학습 중심 대학들이 미래 대학의 모형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평생학습사회에 걸맞은 대학의 구조, 성인 학습자의 요구에 맞는 교육과정·교육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성인 학습자는 삶의 경험과 일의 경험을 지식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학령기 학습자들과는 다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서 학습자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된 교육이어야 한다. 성인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동기와 요구에 맞는 다양한 대학이 더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