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통합, 통합효과 있나?
통합 과정서 교명변경 갈등 등 마찰음만 부각
통합 후 체질개선, 캠퍼스별 특성화는 저평가
입학정원·유사학과 감축 등 구조조정 성과도
한국철도대학과 통합을 추진중인 충주대가 최근 교통분야 5개 학과를 신설하고, ‘교통·철도’ 분야 특성화를 본격화했다. 기존의 건설조형대학을 건설교통대학으로 개편하고, 교통관련 5개 학과를 신설하는 안이 지난달 18일 교과부 승인을 받은 것이다.
건설교통대학 내에 신설된 학과는 △항공운항과 △교통시설공학과 △교통생태공학과 △교통관광서비스학과 △교통정보디자인학과다. 기존 환경·토목·전자공학과 등의 정원을 조정, 학과별 24명 내외의 정원을 배정했다.
이는 향후 철도대학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조치다. 충주대는 철도대학과의 통합만 성사되면 교명을 ‘한국교통대’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통합을 계기로 국내 유일의 ‘교통·물류’ 특성화 대학으로 변모, 제2의 도약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청주과학대학과 통합한 충주대는 그간 IT·부품소재·항공우주·웰빙바이오 등이 특성화 분야였다. 그러나 이호식 기획처장은 “IT나 BT 등은 전국의 모든 대학이 다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특성화를 이루려면 차별화된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성화 분야의 전면 개편을 예고한 셈이다.
실제로 충주대는 철도대학과의 통합 이후엔 충주캠퍼스를 교통·물류로, 증평캠퍼스는 바이오·메디컬 분야로 특성화할 계획이다. 이 처장은 “철도대학과의 통합을 기점으로 충주에선 신설 5개 학과를 앞세운 특성화가 진행된다”며 “증평캠퍼스는 인근 오송지역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 생명공학과 의료 쪽을 특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 간 통폐합이 대학의 체질개선과 특성화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언론을 통해 통합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통합 이후의 체질개선과 특성화도 분명한 성과다.
지난 2007년 3월 강릉대와 원주대가 통합해 강릉원주대가 출범했다. 이후 약 2년간 교명변경을 두고 합의를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통합 이후에는 체질개선과 특성화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통합 이후 양 대학은 입학정원 731명을 감축하고, 학과(부) 통폐합을 이뤘다. 통합 전 3개 학부(12개 전공), 6개 학과군(22개학과), 24개 학과가 통합 후에는 6개 학부(19개 전공), 5개 학과군(14개 학과), 21개 학과로 개편됐다.
특히 캠퍼스간 학과 이전을 통해 지역과 연계된 특성화 기반을 갖춘 게 성과로 평가된다. 강릉의 컴퓨터공학전공·정밀기계전공이 원주로 이전했고, 원주캠퍼스의 관광통역과와 식품과학과가 강릉으로 옮겨왔다. 이후 강릉원주대는 신소재(강릉)·해양생물(강릉)·의료기기(원주)를 특성화 분야로 강화시키고 있다.
지성표 기획처장은 “관광 관련학과를 강릉으로 통합시키고, 컴퓨터공학이나 정밀기계전공을 원주로 이전하면서 지역과 연계된 특성화 기반을 만들었다”며 “지역 특성에 맞도록 학과를 재배치해, 통합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도 2006년 밀양대와 통합 이후 체질을 개선, 캠퍼스별 특성화를 이룬 경우다. 입학정원만도 1511명을 감축하고, 대대적인 학과(부)의 통폐합에 나선 것.
통합 당시 부산대는 밀양대의 이공대학과 사회문화대학을 폐지, 유사중복학과 12개를 통폐합했다. 또 부산대 나노과학기술학부를 밀양캠퍼스로 이전, 나노과학기술대학으로 확대·개편했다. 밀양대 산업대학원은 부산대 산업대학원과 통합했다. 밀양 지역에서 인력수요가 많은 조경학·산업건축학·산업토목학·원예생명과학 등 4개 전공만 밀양에 남겨두고, 부산대 산업대학원과 중복되는 10개 전공은 폐지한 것이다.
부산대와 밀양대 통합과정에서도 학생들의 갈등이 외부에 부각됐다. 부산대 총학생회가 밀양대와의 통합을 반대하고, 밀양대 학생들은 ‘조건 없는 부산대 학위 수여’를 요구해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통합 4년차인 현재 양교 통합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통합 이후 밀양대의 2005학년도 신입생 충원률은 81.1%였지만, 통합 이후에는 98%대로 높아졌다. “신입생 입학성적도 점차 부산대와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캠퍼스별 특성화도 진행 중이다. 통합 이후 부산대는 부산·양산·밀양 등 캠퍼스별 특성화를 강화하고 있다. 부산캠퍼스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양산캠퍼스는 의생명과학, 밀양캠퍼스는 나노바이오 분야로의 특성화다. 특히 부산대병원이 위치한 양산캠퍼스에 의학전문대학원·간호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한의학전문대학원을 집결시킴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통폐합에 성공한 국·공립대는 20개교다. 충주대·강릉원주대·부산대 외에도 공주대(전안공과대학)·전남대(여수대)·강원대(삼척대)·경북대(상주대)·전북대(익산대학)·제주대(제주교대)·인천대(인천전문대학)등이 통폐합을 이룬 대학이다. 기존 20개교가 10개교로 통합되면서 입학정원 8768명이 감축되고 103개의 학과(부)가 통폐합됐다.
그러나 대학 간 통합은 단순히 입학정원·학과를 구조조정 하는 의미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이호식 충주대 기획처장은 “대학 간 통합을 기점으로 지역과 연계된 캠퍼스별 특성화를 이뤄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많은 대학이 너도나도 추진하는 특성화가 아니라 차별화된 특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학 통합이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정부의 예산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과부는 ‘국립대학 구조개혁 사업’을 통해 △일반대·교대 간 통합 △국립대 간 통합 △연합대학 구축 등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1차년도에는 통합교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만 지원하고, 이후 추진 성과에 따라 지원예산 규모를 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학 간 통합에 따른 예산 지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김덕줄 부산대 기획처장은 “대학 통합이 실질적인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선 통합 당시 이뤄지는 일시적인 지원으로는 부족하다”며 “물리적 통합이 화학적 통합으로 발전되고,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통합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으로 인한 정원감축에 만족할 게 아니라, 통합 이후의 캠퍼스별 특성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지속적인 정부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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