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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각각 비극·자유주의적 휴머니즘”
‘방한’ 테리 이글턴 교수, 고려·전남·영남대 연속강연
문학·신념·근본주의 등 주제로 문화·문학비평 선보여

“신념의 문제는 개인적·종교적 차원으로 규정할 수 없다. 신념이 지나친 사람과 너무 없는 사람으로 양극화된 사회적 구조가 문제다. 신념이 지나치면 근본주의로 이어지는데, 자본주의 사회는 변질된 근본주의로 볼 수 있다.”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이자 문화이론가인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교수<사진>는 ‘신념’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사회적 현상들을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신념은 종교적 개념이 아닌 좌파적 이상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0일 영남대에서 ‘인문학적 성찰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of the Humanities)’이란 주제로 강연한 이글턴 교수는 문학을 종교적·윤리적 개념과 연관시켜 풀어냈다.

그는 “최근의 지배적 학문 흐름인 포스트 모더니즘은 정치적 패배주의의 변종”이라며 “푸코나 데리다 등은 현상을 설명했지만, 어떻게 윤리적 해답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강조했다. “윤리는 칸트와 같은 당위·의무가 아닌, 아리스토텔레스의 도덕·덕성의 범주에서 접근해야 개인적·사회적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글턴 교수는 사회 변혁의 추진력을 인간에 대한 신념, 곧 휴머니즘에서 찾았다. 진보와 보수 대신 각각 ‘비극적 휴머니즘’과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이란 용어를 사용한 그는 “비극적 휴머니즘은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인 반면,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은 현실을 긍정한 채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념과 근본주의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 관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서구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해 놀라지만, 사실 변질된 근본주의에 빠진 미국 시민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 “남한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 너무 적은 반면 북한은 신념이 과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일랜드계 노동자 집안에서 가톨릭 신자로 자라난 이글턴 교수는 영국 랭카스터대, 아일랜드국립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문학 이론과 문화 비평 등에 걸쳐 4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마르크스주의 지식인의 계보를 잇는 레이몬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s)에게 사사받아 신랄한 문체로 유명하지만, 객관적 시각에 바탕해 명쾌한 논리를 견지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2010 해외석학강좌’에 초청돼 방한한 그는 영남대 특강에 앞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고려대와 전남대를 비롯해 서울 프레스센터, 교보문고 등에서 강연과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학과 신념, 근본주의와 최근의 사회적 현상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9-13 오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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