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성과연봉제 방안 ‘고심’
서울대·부산대·강원대·공주대 등 내부 연구 착수
다수 교수가 만족하는 평가기준안 마련이 관건
교과부, 내달 중 입법예고, 대학별 세부안 접수
성과연봉제 시행을 앞둔 국립대들의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성과연봉제 시안이 공개된 가운데, 대학별로 세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교과부는 다음 달 중 국립대 성과연봉제 도입을 입법 예고한 뒤, 내년 1월까지 대학별로 세부안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 서울대, 연봉제 도입 연구 착수 =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주요 거점 국립대들은 자체 연구팀을 구성하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 교수사회의 반발은 있지만, 교과부가 시행 의지를 밝힌 이상 본부로서는 이에 대한 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달 말 교수 7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재영 교무부처장은 “성과연봉제 관련 연구팀을 꾸려 지난달 말 첫 모임을 가졌고, 최근 2번째 모임을 열어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대 교원업적평가는 교육·연구·봉사·기관장평가를 각각 40%·40%·10%·10%씩 반영하고 있다. 교무처 관계자는 “교과부에서 내년도 신규 임용 교수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라고 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교수업적평가 기준을 연구하고 있다”며 “재편되는 평가 기준에선 교육·연구·봉사 등의 평가 반영비율을 해당 교수의 특성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방향이 논의된다”고 밝혔다. 연구에 강점을 가진 교수는 ‘연구’ 항목의 반영비율을 40% 보다 높게 설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교육에 강점을 가진 교수도 ‘교육’ 항목의 반영비율을 높일 수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도 이르면 이달 중 성과연봉제에 관한 연구팀을 꾸린다. 교수 10~15명을 연구팀에 포함시켜, 평가 기준과 성과연봉제를 연동시키는 방안을 연구한다. 호문혁 교협회장(법대 교수)는 “교수 업적 평가기준이 학문적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협도 연구팀을 구성한 뒤 업적 평가기준과 연봉제를 어떻게 연동시킬 지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엔 인문사회·이공계열 교수들이 골고루 참여한다. 논문의 양적 위주 평가를 질적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서울대 본부도 교협이 성과연봉제안을 제출한다면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영 교무부처장은 “교수사회를 대표하는 교협이 성과연봉제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당연히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립대 교수 임금체제 근간 바뀐다 = 성과연봉제는 그간 교수 연봉체제의 근간을 이루던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는 제도다. 기존에는 기본급을 그대로 둔 채 성과급에 관해서만 차등 지급됐다. 해당 연도의 평가가 낮아 성과급을 적게 받아도 다음해 연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해당연도의 평가 결과가 그해 성과급은 물론 기본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300만원의 성과급을 받으면 20% 가량이 기본급에 반영돼 누적된다. 평가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연봉의 격차가 점차 커지는 것이다. 때문에 국립대 교수사회에선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대학 본부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근 교과부도 국립대 교수사회의 반발을 의식, 지난 4월 공개된 시안의 등급간 격차를 완화했다. 기존 안에선 국립대 교수들을 S(20%)·A(30%)·B(40%)·C(10%)등급으로 나눴다. S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2배 이상을 받는 안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부터 급간 격차가 큰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대학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를 조정했다.
교과부 대학교원운영선진화TF팀 이상범 사무관은 “S등급은 평균 성과연봉의 1.7배를, A등급은 1.2배를 받는다. B등급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C등급은 동결하는 것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각 대학들은 교과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게 성과연봉제안을 마련하면 된다.
■ 업적평가-성과연봉제 연동방안 연구 = 관건은 기존 교수업적평가와 성과연봉제를 어떻게 연동시키느냐다. 기존 평가 기준이 교수들의 승진이나 재임용에만 영향을 미쳤다면, 이젠 실질 연봉에도 영향을 주게 돼 중요성이 더 커졌다. 그만큼 대학들은 골치를 앓게 됐다. 가능한 한 많은 교수들이 만족하는 평가 기준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학문별 특성을 반영한 기준 마련도 쉽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근래 들어 국립대들의 교수 ‘철밥통’ 깨기가 가시화되면서 대학별로 평가 기준을 손질해 왔다는 점이다. 공주대는 교육(50%)·연구(50%)·봉사·(20%)·산학(20%)의 영역으로 교수들을 평가한 뒤, 이를 7등급으로 나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해 왔다. 최고·최저 등급간 성과급 차는 약 800만 원이다.
이기복 공주대 교무처장은 “그동안 평가를 통해 교수들을 7등급으로 나누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해 왔기 때문에 연봉제 도입 후에도 이 틀을 유지할 방침”이라며 “다만 교과부가 제시한 시안에 맞춰 기존 7등급을 4등급으로 조정하고, 이를 연봉과 연계시키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도 최근 정책연구진을 구성하고, 지금까지 5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연구위원으로는 본부 부처장급 보직교수들이 참여한다. 김정 부산대 교무부처장은 “현재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연구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교과부 안 자체가 ‘제로섬’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등급의 경우 성과급이 전혀 지급되지 않아 교수들의 반발이 크다는 설명이다.
강원대도 교수 7명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성과연봉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단과대학 학장과 학과장 등을 대상으로 전공·학문별 여론 수렴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홍민식 교무처장은 “정부가 입법예고하는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연봉제를 피해갈 수 없다”며 “다만 교수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연봉제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오는 2011년 임용되는 신규 교수들부터 제도가 적용된다. 기존 교수들도 2013년이면 연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성과연봉제가 국립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대학들이 마련 중인 성과연봉제안이 어떤 모습으로 빛을 보게 될 지 주목된다. <신하영·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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