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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학 칼럼
이명학
한국대학신문 논설
[이명학 칼럼] 성균관대 사범대학장
본질은 빠트린 '사범대학 평가'
교사로서의 사명감 획일적 지표로 평가 가능한가
사범대학은 중등학교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4년간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교사자격증을 받고 중등 교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범대학의 과정은 교육학 이수 과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문과대학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일반 전공과목은 문과대학과 다를 바 없고, 교직 과목도 ‘교육사’·‘교육심리’ 등 이론 강의를 강의 교재를 통해 배웠을 뿐이다. 이제까지 4년 동안 어떤 교육과정을 통해 어떤 교원을 양성할 것인지 심각한 고민조차 없었던 게 사실이다. ‘교사란 직업의 숭고함’·‘교사의 사명감’·‘교사로서의 자세’ 등은 그 누구에게서도 배운 적도 없고,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지금까지 교사를 양성해 온 사범대학 교육의 실상이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개편된 교육과정 때문에 국어·영어·수학을 제외한 비인기 과목의 교사는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이미 교단에 있는 교사마저 자기 자리를 보전하기조차 어렵게 됐으니, 교사가 되겠다고 사범대학에 온 학생들의 미래는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게다가 2015년부터는 학생 수가 급감해 교원 신규 임용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급박한 현실을 인식하고 예비 교사의 수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전국 사범대학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 바 있다.

누구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준비도 많이 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며, 조심스럽고 꽤나 신경이 쓰인다. 요즘 대학에서 평가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가. 평가 결과는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고, 결과는 바로 대학을 평가하는 척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 내에서야 실상을 잘 아니 평가 결과를 그런 대로 이해하겠지만 내부의 시시콜콜한 사정을 모르는 외부 인사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거나 이것만으로 그 대학의 전부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는다.

이렇다 보니 평가 보고서를 부풀리고 가공해 보려는 유혹도 느끼게 된다. ‘걸리지만 않고 평가만 잘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유혹을 느끼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교육역량사업에서 허위 자료를 보고한 대학들이 적발됐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그게 어찌 그 담당자만의 잘못인가 하는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사범대학 평가 결과 발표로 대학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대학 책임자는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어찌됐든 머리를 숙이고 그 책임을 다 짊어질 수밖에 없다. 파렴치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치 무슨 죄인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도 들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었으니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해야 되지 않겠는가.

사범대학의 목적은 ‘실력을 갖춘 교사 양성’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성을 갖춘 교사 양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인성을 갖춘 교사 양성’은 이론적인 교과목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고 ‘왜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미래에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게 해 ‘참스승’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이것이 문과대학과 다른 사범대학만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어느 대학도 교육과정에 정식 교과목이 없으니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독자적으로 개발해 운영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사범대학의 설립 목적에 맞는 내실 있는 운영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평가지표는 이와 관련 없는 것들로 ‘형식의 틀’만 평가하고 ‘내용과 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 스스로 사범대학 존재 이유를 내쳐버린 꼴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교원 양성 인원을 줄이는 눈앞의 목표에만 급급해 그 목적에 맞는 지표를 만들고 평가척도를 자의적으로 설정해 평가한다면 사범대학이 왜 존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학 칼럼 | 입력 : 10-09-29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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