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은 흔히 지성의 상아탑에 비유됐다. ‘현실과 거리가 먼 정신적 행동의 장소’란 개념으로 유럽에서 대학을 상아탑이라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매스컴에서 대학은 더 이상 지성의 상아탑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보다 적극적 현실 반영과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이 순위로 나뉜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학은 긍정적 이미지로 표현되고, 그렇지 못한 대학에는 부정적인 수식어구가 따라 붙는다.
우리나라의 대학평가는 그리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진행하는 대학종합평가와 모 일간지가 실시해 온 대학평가가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학문 영역별로 인증제도가 하나 둘 도입됐고 2008년에는 대학 정보공시제가, 2009년에는 대학 자체평가가 법률적으로 강제화됐다. 여기에 작년부터 더 많은 언론 매체들이 대학평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너무 많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에 대한 외부평가가 급증했다.
외부평가에 대한 대학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대학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전면적 거부감부터 대학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현실적 비판, 어찌 됐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현실적 수용론과 아예 외부평가를 내부적 역량 결집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적극적 접근까지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 중 어떤 반응이 더 적절하고 바람직한 지를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대학에 대한 외부평가는 사회 환경이 대학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 혹은 자극이라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반응은 각 대학이 처한 현실과 가치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학생이나 기업 같은 대학 교육·연구 활동의 최종 소비자 역시 자신들의 가치와 현실에 비춰 평가 정보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들 소비자의 반응은 종국적으로는 대학의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으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는 과정은 비단 평가 대상이 되는 대학만이 거치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학문 영역별 인증기관, 그리고 각종 언론 매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평가들 역시 대학을 포함한 평가 정보의 최종 수요자들의 엄격한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당분간 외부평가는 대학 뿐 아니라 외부평가 자체의 옥석을 가리는 과정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들 외부평가가 ‘평가를 위한 평가’를 넘어서 보다 미래지향적 피드백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선결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각 평가가 차별화된 가치를 가져야 한다. 여타 평가와의 단순한 차별화는 평가 정보의 수요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차별화된 평가가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가 중요하다. 둘째, 대학 참여를 통한 평가방법 자체의 진화가 필요하다. 대학은 교직원 수만 보면 어지간한 중견 기업보다 규모가 작지만, 조직이 수행하는 업무는 거대 글로벌 기업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러한 대학 특성이 평가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면 외부평가 자체가 현실과 유리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래지향적 피드백 기제로서의 역할은 요원해질 것이다.
외부평가는 거울과 같다. 거울로서의 효용을 발휘하려면 한 번 잘 닦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계속 잘 닦아줘야 비로소 거울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대학 역시 스스로의 모습을 명경에 비춰 살펴보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지 않고서는 얼굴에 묻은 검댕을 닦아낼 수도,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수도, 혹은 낯빛을 살펴 건강을 챙길 수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