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직접 강의평가 공개에 나서고 있다. 대학측에서 공개하는 강의평가 결과가 ‘보여주기’에 그쳐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학생들이 직접 강의평가 커뮤니티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강의평가를 공개하지 않아 학생들이 직접 나서는 대학도 있다.
■ 실효성 떨어져 학생들 직접 나서 = 지난 2월 고려대는 전체 전임교원에 대해 최근 3년간 개설한 교과목의 평가 결과를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개 대상은 올해 1학기 △교과목명 △교수명 △평가점수 등이다. 그러나 공개된 내용을 보면 단순히 점수만 나열했을 뿐, 학생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내용은 없었다. 고려대 총학생회 정책차장 황준환 씨는 “학교측은 학생을 위하기보단 교수의 자질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강의평가 내용에서 ‘휴강 횟수, ‘보강 여부’, ‘강의실 환경’ 등에 대해 물었다. 이런 정보는 수강신청에선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6월 강의평가사이트를 열었다. 현재 4700명이 가입했으며, 등록된 강의 수만 9000개가 넘는다. 설문 문항은 크게 ‘객관적 정보’와 ‘주관적 정보’로 나눠 진행된다. 객관적 정보에는 △시험방식 △필기방식 △교재 활용도 △주당 학습시간 등을 담고 있으며, 주관식 정보에는 △강의 내용 △강의 진행 △전체적 평가 등 3가지 항목을 마련, 별점 5점 만점으로 매겨진다. 학생들이 수강 신청할 때 원하는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문항을 구성했다. 황 씨는 “앞으로 많은 자료가 모여야 공식력 있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데이터가 더 쌓이면 학교측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미 3년 전부터 학생들이 강의평가사이트를 운영·관리하고 있다. 현재 1만6782명의 학생이 이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1만9884개의 강좌가 등록돼 있다. 이 사이트에선 강의평가 뿐 아니라 강의계획서를 바로 다운 받을 수 있다. 시간표 작성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
아주대도 지난 4월 강의평가를 100% 공개를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내용은 주관적 의견이나 항목별 구체적 내용은 배제됐다. 아주대 총학생회 정책국장 강종상 씨는 “공개한 내용을 보면 문항에 따른 개별적 점수가 아닌 ‘과목의 평균 점수’만을 공개했다”며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명분뿐인 공개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아주대 총학생회는 현재 학교측에 강의평가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강 씨는 “학교측과 협의가 안 된다면 총학생회에서 직접 강의평가에 나서는 부분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우리 대학은 강의공개 안 하나요? = 학교에서 강의평가를 공개하지 않아 학생들이 직접 나서는 대학도 있다.
단국대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공개강의평가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학교측에서 강의평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국대 총학생회는 “강의평가가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며 “공개강의평가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교수님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는 일반 학생들이 직접 강의평가공개에 나서 눈길을 끈다. 가톨릭대 김현우(경영학과 4) 씨는 친구와 지난해 말 강의평가 사이트를 만들었다. 김 씨는 “학교에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답답했다”며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 다니고 있다. 강의평가 정보는 학생들도 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50여 개 강좌에 대한 강의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방문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강의평가는 상세평가와 별점평가로 이뤄지고 있다. 상세평가에선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객관식·주관식 문항으로 이뤄졌으며, 별점평가는 별점을 주고 강의평을 적을 수 있게 하고 있다.
■ 대학 구성원 간 공감대 형성이 먼저 = 남인길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장(대구대 교무처장)은 최근 학생들이 직접 강의평가 공개에 나서는데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요구하는 이유는 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강의평가 결과 중 객관식 문항에 대한 평가만 공개되고 있어, 주관식 답변을 포함한 상세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강의평가가 되기 위해선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남 회장은 “교수 입장에선 교권 침해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대학마다 어려움이 있다”며 “시간을 갖고 구성원들 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