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교육정책

목록
프린트 스크랩
[창간기획]국내박사 할당제 도입 주장 ‘솔솔’
‘토종박사’ 로 교수되기 불가능...“할당제 도입해야”
“국내 대학원 교육·연구 살리기 위해 필요” 주장
“해외박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 일 것” 회의적 반응도
“국내 박사는 사실상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박사를 사회적 취약계층에 비유했다. 그만큼 교수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정부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국내 박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구호를 넘어 최근 국내박사 할당제(쿼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 교수 채용 시 일정비율을 국내 박사에 할당, 국내 대학원 교육을 살리자는 취지다. ‘대학원 교육·연구 강화’나 ‘국내 박사 경쟁력 강화’ 처럼, 그간 구호로만 머물던 주장을 제도적으로 구체화시키자는 목소리다.



■국내 대학원 우수인재 씨가 마른다=국내 박사학위로 교수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처럼 어렵다. 수도권 대학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선 해외박사 학위가 필수 ‘스펙’으로 받아들여진다. 본지가 지난 7월 보도(7월 19일자 ‘국내박사로 서울서 교수되기 불가능’)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인문사회계 교수10명 가운데 ‘토종 박사’는 고작 2명뿐이었다.

연세대는 인문사회계 전임 교수 가운데 파악 가능한 202명 중 국내 박사는 27명(18.32%) 이었다. 고려대는 교수 345명 가운데 69명(20%)이, 서울대는 433명 가운데 103명(23.79%)만 국내 박사학위자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대학원에는 우수 학생이 진학하려 하지 않는다. 서울 A대학 대학원생인 김모씨는 “다들 교수가 되려면 해외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교수가 되려는 후배들에겐 해외 유학을 권한다”고 말했다.

서울 B대학 공대 교수도 “국내 박사로 교수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으려 한다”며 “학부나 석사를 마치고 취업을 하는 게 더 메리트가 있다고 보고, 꼭 교수가 되려는 학생은 해외 유학을 간다”고 말했다.

서울의 C대학 대학원생 김모씨도 “10년 전만해도 명문대 대학원을 나오면 교수가 될 수 있는 분위기 였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에 교수자리 하나만 얻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원 살리기 위해서도 할당제 필요”=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대학원 교육이 부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수 인재가 대학원 진학을 기피하면 대학의 연구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원을 해외에서 온 유학생으로 채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 대학 총장들이 줄기차게 얘기하는 ‘학문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라도 국내 대학원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박사 할당제 도입’ 주장은 이래서 나온다.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대학 교수 임용이 불가능한 마당에 우수 학생이 국내 대학원을 진학하겠느냐는 물음에서 비롯됐다. 명승환 교수는 “교수 임용에서 성차별을 없애려고 국립대에 여교수 채용 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임용을 유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각 대학의 교수직 중 일정 비율을 국내 박사에게 할당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다. 국내박사 할당제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해외파가 절대 다수를 점한 대학가에서 일종의 역차별 논란도 일 수 있다.

■“해외박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 일 것”=이재영 서울대 교무부처장은 “현재 교수 채용 시 3분의 1이상을 타교 또는 타전공 출신으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데, 국내 박사 쿼터제까지 하자고 하면 역차별 논란이 일 것”이라며 “국내 박사의 경쟁력을 키워 자연스럽게 교수 채용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지, 인위적으로 늘리려하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사자인 국내 박사학위자도 인위적인 할당제 도입을 무조건 긍정하진 않는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모씨는 “국내 박사 쿼터제 도입은 사실 우리들에게도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라며 “대신 국내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교수 채용 시 선입견을 갖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원생에 대한 해외연수 지원이나, SCI급 논문 발표를 장려해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또 교수 채용 시 국내 학술지와 해외 학술지를 차별하는 것도 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씨는 “영향력 지수나 저널의 수준이 엇비슷한데도 해외 SCI급 저널에 실린 논문이면 무조건 국내 논문보다 점수를 3배나 더 주는 대학이 많다”며 “해외 학술지 보다 논문 게재가 어려운 국내 학술지도 있기 때문에 논문의 질을 객관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영 교무부처장도 “인위적인 제도도입보다 국내파와 해외파를 편견 없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수 채용 시 국내파 차별 말아 달라”=국내 박사 쿼터제 도입 이후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만약 국내 박사 쿼터제가 도입된다면, 교수들이 서로 자기가 가르친 제자를 교수로 끌어올리기 위해 알력 다툼을 벌일 것”이라며 “만약 할당제를 도입한다면, 자교 출신이 아닌 타교 출신에게 문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2002년 11월 국립대를 대상으로 ‘여교수 채용 목표제’를 도입했다. 3년마다 여교수 채용 목표를 제시토록 하고, 그 이행실적을 공표한 것이다. 덕분에 국립대 교수사회에 여교수 비율이 늘기 시작했고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도 지난 2006년 10.6%였던 여교수 비율이 2008년 11.0%, 2010년 12.2%로 늘었다.

박명진 서울대 부총장은 “2000년대 초반 5% 정도였던 여교수 비율이 채용 목표제를 통해 점차 늘어났다”며 “여교수 채용을 강제하니까 나중에는 여교수와 같이 일해 본 교수들의 반응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국내박사도 채용 문제도 초기에는 할당제를 통해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이래서 나온다. 명승환 교수는 “한시적이나마 각 대학의 교수직 중 일정비율을 국내 박사에게 할당해야 경쟁력있는 연구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라며 “국내 우수 인재들에게 국내에 남아 학문과 연구에 힘써 달라고 말할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10-18 오전 9:53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