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 총장들이 각기 다른 매력의 리더십을 발현해 눈길을 끈다. 과거 권위 중심의 획일화된 리더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강점·특성이 녹아든 리더십으로 대학을 이끄는 총장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많은 대학들이 기존 총장들에게서 찾기 어려웠던 새로운 리더십에 발맞춰 조직 발전에 활기를 더해 가는 모습이다.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형’ 리더십

전·현 세대 총장들의 리더십을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성원들을 자상하게 보듬는 ‘아빠형 총장’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리더십을 가진 총장들은 구성원들과의 정서적 교류·교감에 많은 관심을 쏟기 때문에 학내 결속력이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전형적인 아빠형 총장으로는 정상운 성결대 총장이 손꼽힌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정 총장은 5년 동안 구성원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며 정을 쌓아 왔다. 특히 어떤 구성원에게든 허물없이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정 총장의 따뜻함은 20대 학생들과의 세대차를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 총장이 캠퍼스에 나타나면 먼저 다가와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안기는 학생들까지 있을 정도다.
성결대 이유정씨(사회복지학부 1)는 “우리 총장님은 학생들을 늘 딸·아들처럼 대해 주셔서 다가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언제라도 찾아가면 맞아주실 것 같은 따뜻하고 정다운 느낌”이라고 밝혔다.
또 이슬비씨(정보통신공학부 3)는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으면 총장님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다르다”며 “캠퍼스 곳곳에서 총장님을 일상적으로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정말 아빠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부임 전 30여 년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과 함께해 온 김병식 초당대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든든한 아버지’, ‘따뜻한 선생님’ 같은 총장으로 불린다. 모든 구성원과 수시로 대화하고,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초당대 한 직원은 “김 총장은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잠재력을 믿고 존중해 주는 리더”라며 “아버지처럼, 가족처럼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 주곤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호종 조선대 총장은 지난 2003년 의대학장 재임 당시 의대 학생, 대학 구성원, 지역 주민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 학내에 장미 정원인 ‘장미원’을 조성하는 자상함을 보였다. 8299㎡ 규모의 장미원에는 현재 총 227종 1만8000여 주의 장미가 서식하고 있다. 전 총장은 2007년 총장 취임 이후에도 주당 1~2차례씩 각 학과 교수들의 불편·건의사항을 듣고, 학내 행사에 참여해 재학생들을 격려하는 등 따뜻한 리더십으로 대학을 이끌고 있다.
■말보다 행동 ‘거울형’ 리더십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는 ‘거울형’ 리더십으로 구성원들의 귀감이 되는 총장들도 있다. 김윤수 전남대 총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총장은 특히 폭넓은 독서에 힘쓰고 있는데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반드시 하루에 10종 이상의 신문, 한 달에 2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또 독서 중 대학 운영에 도움이 될 법한 내용을 발견하면 구성원들과도 공유한다.
전남대 관계자는 “늘 책을 가까이하는 김 총장을 보면서 구성원들도 자연스럽게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총장을 통해 몰랐던 양서들을 접하게 되는 일도 많다”며 “특히 최근 김 총장이 미국 대학교육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를 보직 교수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우리 대학의 교양 교육과정 개편 모색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청렴하고 깨끗한 대학 운영으로 구성원들의 신임을 받고 있다. 경남대 한 직원은 “고위 관료 출신인 박 총장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학교 운영에 있어서도 굉장히 엄격하고 투명하다. 모든 일을 원칙에 맞춰 결정하고 처리한다”며 “이 같은 박 총장의 모습은 존경과 함께, 닮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부지런함·꼼꼼함으로 구성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연세대 한 교수는 “김 총장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대학에 관한 작은 사안들까지 손수 챙기곤 한다”며 “리더가 열심히 뛰는 만큼, 구성원들도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용하지만 강한 ‘내실형’ 리더십
대외활동을 최소화하고, 대학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총장들도 있다. 이른바 ‘조용한 개혁’을 이뤄내고 있는 총장들이다.
이상범 서울시립대 총장은 내실형 리더십의 대표주자다. 올해로 임기 7년차를 맞은 이 총장에 대해 서울시립대 구성원들이 “지난 7년 동안 이 총장은 자신의 삶이라고는 조금도 살지 못했다. 모든 시간을 학교에 투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실제로 이 총장은 휴가·방학도 없이 한결같이 학교에 머물며 서울시립대의 교육·연구력 향상, 환경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총장 재임 기간 동안 서울시립대는 도시 분야 특성화, 공과대학 8개 학과(부) 공학교육 인증 등을 이뤄냈고, 올해 6월에는 교과부의 학부교육선진화사업 지원대학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유병진 명지대 총장도 대학의 내실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유 총장은 인문캠퍼스(서울)의 부족한 교육 공간 문제를 꾸준히 해결함으로써 명지대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명지대는 지난 2008년에는 60주년 채플관, 차세대과학관, 하이브리드구조실험센터, 생활관, 학생복지관 등을 개관했고 올해 3월에는 최첨단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갖춘 방목학술정보관을 오픈했다.
지난 2007년 명지대를 졸업한 이모씨(27)는 “모교가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재학 당시 캠퍼스가 협소해 안타까웠는데, 이 같은 문제가 차츰 해결돼 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추진력 넘치는 ‘카리스마형’ 리더십
탁월한 카리스마로 대학을 이끌어 가는 ‘시원시원한’ 매력의 총장들도 인상적이다.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가진 총장들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추진력으로 이들은 목표한 바를 용감하고 똑 부러지게 실현해 나가는 모습으로 구성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대표하는 총장이다. 지난해 말 진행된 한국외대 총장 선거에서 박 총장이 당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구성원들이 그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외대 한 교수는 “박 총장의 리더십이 한국외대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한국외대는 최근 서울·용인캠퍼스 환경 개선, 송도캠퍼스 건립 등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는데 3개 캠퍼스의 급속한 변화는 박 총장의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성우 국민대 총장도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부지런히 많은 일을 해내는 총장으로 불린다. 특히 최근 국민대는 중동지역 대학들과 잇따라 MOU를 체결, 캠퍼스에도 ‘중동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는 이 총장의 카리스마와 부지런함이 일궈낸 성과라는 학내 평가가 주를 이룬다. 국민대 관계자는 “국민대가 중동지역 학생들이 가장 많은 대학이 된 것에는 이 총장의 공이 크다. 뛰어난 추진력과 근면성을 가진 총장”이라며 “더불어 이 총장은 평소 일하는 과정에서 교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시한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여성 총장들에게서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더욱 자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재직 중인 상당수의 여성 총장들은 시원시원한 추진력에 섬세함까지 발휘, 강약이 적절히 조화된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이길여 경원대 총장,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가천길재단 회장인 이길여 경원대 총장은 2006년에는 가천의대·가천길대학, 2007년에는 경원대·경원전문대학의 통폐합을 비교적 무리 없이 이끌어내며 뛰어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대학 통폐합을 카리스마 있게 추진하면서도,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도 고위 관료 출신다운 카리스마에 섬세함이 가미된 리더십을 발현하고 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캠퍼스를 걷다가 우연히 현수막 한 귀퉁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때 지 총장이 직접 (현수막을) 바로잡아 놓았다. 이 같은 일화들이 많다”며 “지 총장은 정말 똑 소리 나게 대학을 운영하면서도, 섬세함·친화력까지 함께 지니고 있는 리더”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