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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결산]시작부터 파행...작년 국감 ‘판박이’
증인채택 문제로 국감 때마다 홍역...대책마련 시급
일부 이슈에만 집중...다양한 교육정책 점검 아쉬워
국립대·출연연 등 방만경영·도덕적해이 부각은 ‘성과’
2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가 22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상지대 문제로 초반 파행을 겪는 등 ‘정책 국감’이란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상지대 관련 증인출석 문제로 파행=올해 교과위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지난 5일 상지대 정상화 문제와 관련해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원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대치했다. “상지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선 비리사학을 옹호한 사분위원장이 출석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여당은 “상지대 문제는 준사법기관인 사분위가 결정할 일”이라며 이 위원장의 증인채택을 거부했다.

이우근 위원장 출석 문제는 6일 과학분야 국감으로도 이어졌다. 여야 간 공방으로 결국 국감이 하루 종일 정회된 뒤 오후 8시가 돼서야 속개됐다. 안 그래도 산적한 문제가 많은 교과위 국감이 상지대 문제로 이틀을 허비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국감 때의 파행을 되풀이 한 것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증인 출석 문제로 파행을 겪었다. 정 전 총리의 서울대 교수 시절 외부기관 겸직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8년에도 교과위 국감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증인출석 문제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매번 증인 출석 문제가 국감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불출석에 따른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다. 현행 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선 특별한 사유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속이 뻔히 보이는 사유서를 제출, 고발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핵심 증인의 불출석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여 간 대치가 계속됨에 따라 의원들이 원하는 증인은 모두 부를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제기된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었던 이유는 모두 증인채택 문제였다”며 "이 문제는 여야합의로 해결할 게 아니라 원하는 증인은 다 부를 수 있도록 해야 원활한 국감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등급제 입학사정관제 질타= 7일 열린 교과부 산하기관 국감에선 고교등급제와 입학사정관제가 집중 포화를 받았다. 교과부 산하기관 국감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교협 국감’이란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특히 지난해 고려대 수시모집에 대해 법원이 “고교등급제가 인정된다”고 판결하자, 고교등급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충질의 시간에는 이기수 회장에 대한 단독질의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 대입 전반을 책임지는 대교협의 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대교협 회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개혁 정책인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은 입학사정관들의 평균 나이가 적고, 비정규직 신분이 많은 점을 지적했다. “20~30대의 계약직 입학사정관이 주류인 것은 대학들이 경비를 절감하려는 목적과 함께 ‘입학사정관제가 과연 뿌리내릴 것인가’에 대해 확신하지 않기 때문”이란 게 박 의원의 분석이다.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는 “입학사정관제가 특목고출신과 외국인 재외국민의 선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주호 장관은 국감 기간 중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에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시행될 것”이라며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 특성상 입학사정관제 역시 공정한 제도로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공계 기피 현상 심각성 확인=이공계 기피현상의 심각성이 이번 국감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상민 의원이 전국 사립대로부터  ‘최근 3년간 대학별 자퇴생·전과생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이공계생 가운데 총 3만6000여명이 자퇴를 하거나 비이공계로 전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3년간 전국 27개 국공립대와 93개 사립대의 자퇴하거나 전과한 이공계생 수는 5만 6000여명에 달했다. 서울대는 최근 3년간 자퇴생 639명 가운데 이공계열이 416명으로 65.1%를 차지했다.

행정기관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홀대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40개 중앙행정기관 68명의 장·차관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소방방재청장과 교과부 2차관이 유일했다. 특히 지식경제부와 교과부는 정부 연구·개발(R&D)예산의 64%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4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4명 중 1명 꼴이었다.

이상민 의원은 22일 종합감사에서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만나면 정부 관료 중 과학기술 전문가 없다는 말을 한다”며 “지경부와 교과부가 정부 R&D 예산의 64%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이공계 출신을 채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대·출연연, 도덕적해이·예산낭비 '심각'=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국립대 국감에선 각 기관의 부실경영·도덕적해이·예산낭비가 지적됐다. 한국연구재단은 방만한 경영과 예산낭비, 부실한 연구비 관리 문제가 지적됐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연구재단이 총 40억 상당의 예산으로 333명의 직원에게 연구수당과 특별인센티브를 지급했다”며 “이는 1.7% 한도로 인건비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2009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연구재단의 부실한 연구비 관리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올 6월 말까지 2년 반 동안 중단된 연구과제가 총 335건(연구비 250억9000만원)”이라며 “이 가운데 반납이 완료된 것은 2008년 64건에 11억2000만원으로 환수율이 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도 질타의 대상이었다. 서울대를 포함해 일부 국립대가 대입 전형료를 전화세 등 공공요금을 납부하는 데 사용했고, 직원 해외연수 비용으로 충당한 대학도 있었다. 특히 국립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KAIST 교수들은 국내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주식 수십만주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서울대 교수들은 전체 전임교원의 20% 달하는 411명의 교수가 영리·비영리기관에서 겸직활동을 하고 있었다.

KAIST 교수들이 받은 자문료는 10억원이 넘는 액수였고, 서울대 교수들은 지난해 상장기업 등의 사외이사를 겸직, 1인당 연평균 3656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또 KAIST는 강의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초빙 특훈교수에게 지난 2년간 매월 100만∼403만원의 수당을 지급, 논란이 됐다.

도덕적 해이 문제는 국립대도 심각했다. 서울대·전북대·전남대·충남대·경북대·부산대병원 등 6개 국립대병원이 ‘연차보전수당’을 별도로 신설, 지난 3년간 모두 281억원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 ‘부실감사’ 한계 못 넘어= 결과적으로 이번 국감은 대학과 연구기관 등 피감기관에 대한 고질적 문제를 끄집어 내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증인출석 문제로 초반 파행을 겪었고, 고교등급제 등 일부 이슈에 대해서만 집중하면서 정작 필요한 정책점검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조조정·등록금 문제 등 중요한 교육정책이 다뤄지지 않아 ‘부실감사’란 꼬리표를 떼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개선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에 불응하는 대학 등 피감기관의 태도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유성엽 의원실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전에 의원들끼리 사전에 어떤 질의를 할 것인지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올해도 입학사정관제에 여러 의원들이 똑 같은 질의를 했는데, 1년에 한 번 있는 국정감사에서 같은 질문을 재차 반복해 시간낭비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영·홍여진 기자>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10-22 오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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