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이하 사통위)가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시급을 배로 올리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통위가 내놓은 개선 방안은 대학 시간강사들을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하고, 계약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했다. 시간강사라는 용어를 없애고 고등교육법의 14조 2항의 ‘교원’ 항목에 '강사'라는 명칭을 추가했다. 개선안이 시행되면 대학 교원의 범주는 조교수·부교수·교수·전임강사·강사로 확대된다.
또한 △국립대의 시간당 강의료를 현행 4만 3000원에서 2013년까지 8만원으로 인상 △사립대 강사 연구보조비 지원 △4대 보험의 사용자 부담분 지원과 관련 법령 개정 △연구실과 연구비 지원 추진 등도 포함됐다.
이 같은 개선안이 시간강사들에게 33년 만에 교원지위를 부여했다는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법적 비(非)교원인 겸·초빙 교원으로 흡수될 소지가 있고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고 △사립대 강제 규정이 미흡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비정규교수노조)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의 시간강사를 모두 교원으로 인정하겠다는 방향 설정 자체는 진일보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법적 비(非)교원인 겸·초빙교원 제도로 얼마든지 기존의 시간강사를 쓸 수 있어 ‘기존 시간강사제도의 변형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개선안에서 겸·초빙교원과 비전업강사는 다른 직업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시간강사제의 변형 소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대학이 ‘교원의 휴직, 파견, 연수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교원인 강사가 아니라 비교원인 초빙교원을 1년 미만으로 쓰도록 해 버리면 전업강사 중에서도 상당수가 법적 비(非)교원인 겸·초빙 교원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련 예산확보와 강제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통위는 국립대 시간강사의 임금인상 분에 대한 예산은 확보했지만 사립대 강사들에 대해선 2012년까지 점차 늘린다는 입장만을 밝힌 바 있다. 또 채용과 신분보장을 제외한 부분은 사립대가 자율적으로 학칙이나 정관을 통해 규정하도록 유도하는 차원에 머물렀다.
노중기 교수노조 대외협력실장은 “교육 공공성 강화의 측면에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 국가에서 지원하면서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야 하는데 관련 규정도 미비하고 예산의 규모도 형편없이 작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며 “예산집행이 없는 상황에서 사립대는 오히려 비정규 교원을 늘리고, 임금인상분을 충당하기 위해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장과 임금체계도 기존의 시간강사제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비정규교수노조는 “1년 단위 계약은 한 학기보다는 낫지만 너무 짧다”며 “시급제를 철폐해야 시간강사가 없어지는 것인데 시급제는 그대로 둔 채 (시간강사를 강사로) 명칭만 바꾼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법적 교원 지위 보장의 핵심인 교육공무원법 상의 대학운영 참여(총장 선출권 등), 면직·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교원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시급을 받는 1년짜리 강의 전담 기간제 교원을 전면화하면서 마치엄청난 대책안을 내 놓은 것 처럼 과잉 포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혜택이 거의 없는 개선안이 시행되면 시간강사에 대한 강제사항만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비정규교수노조는 “채용 규정이 까다롭게 변할 뿐 아니라 ‘성과평가’를 대학별 정관 또는 학칙으로 규정하게 돼 있어 자칫하면 많은 연구 성과와 높은 강의평가 점수, 행정 업무 참여를 강제 받는 저임금 불안정 상태의 교육노동자가 양산되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연구강의교수제는 ‘시간강사, 겸임교원, 초빙교원, 연구교수 등 10여 가지의 모든 비정규 교수를 연구강의교수로 단순화하고, 이들 모두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2년 이상의 단위로 간략한 평가를 통해 재계약하며 생활임금과 참정권을 보장한다. 이 제도는 사통위 발표 직후인 지난 25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로 입법 발의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이번에 발표된 안은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이 의원 시절이던 2007년 발의한 방안(재정지원 명시, 전업·비전업강사 모두 교원지위 부여)보다 훨씬 퇴보한 것”이라며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 모든 비정규 교수의 임금과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연구교수강의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번 개선안을 11월 중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혀 시간강사 대책에 추가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교과부와 사통위가 합의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예산확보와 신분보장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신분보장은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11월 중 입법예고 할 것이고, 예산 문제는 좀 더 길게 보고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세부 시행령 등을 통해 지적된 사항들을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