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지난 9월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 운영체제를 효율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은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국립대학 선진화 추진단’이 만든 것으로서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를 유도하는 인사·보수 체제 구축, 운영 시스템 효율화, 그리고 국립대 체질 개선 및 책무성 확보 등 4개 분야 12개 과제로 이뤄져 있다.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그 추진 과정과 내용 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 방안은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일부 행정 관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전수하기 위한 교수와 학생들의 집합체이며, 직원들을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다. 따라서 대학의 문제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전체 구성원들의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선진화 방안은 국립대 사무국장들의 모임에서 결정됐다. 이들이 국립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대학의 본원적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들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담겨진 내용을 보면 대학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은 없다. 단기적이고 즉물적인 정책 나열에 그쳤다. 교원 임용 방식의 다양화, 사무국장 임명제도 개선 등과 같은 일부 긍정적 정책을 담고 있지만 이들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국립대학 법인화와 성과급적 연봉제와 같은 핵심적 내용에 있어서는 국립대를 ‘선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후진화’시키는 독소적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율과 책임의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대학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국립대를 법인화하겠다고 한다. 앞으로는 국립대를 법인화해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고, 총장이 학장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법인화 방안을 보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에서 정부 관료를 포함한 외부인사가 5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 하에서 어떻게 대학의 자율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교수들의 참여를 봉쇄하고 이사회를 통해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원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도 문제가 많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는 총액은 증액하지 않은 채 하위 절반에 해당되는 교수들의 보수를 상위 절반에 해당되는 교수들에게 재분배하는 이른바 제로섬(zero-sum) 방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립대나 공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립대 교수들의 급여 수준을 볼 때 이는 교수들의 기초적 삶조차 보장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각기 다른 전문 영역에서 교육과 연구를 기본 책무로 하는 교수들의 성과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 계량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무지하고 독선적이다.
올해 9월 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에 의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우리 정부 부담률은 GDP의 0.6%로 OECD 국가 평균 1.0%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OECD 31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글로벌 수준에 비추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뒤지는 것은 대학 내부의 문제도 있겠지만 정부와 사회가 대학에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국격과 경제규모에 걸맞은 대학에 대한 투자와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대학 자율성 확보가 선행돼야 할 때다. 그 후에 대학의 경쟁력을 말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