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교직원들의 ‘겸직’이 늘고 있다. 교수·행정직원은 물론 총장들까지 대학본부의 주요 직책을 겸하며 시너지효과를 창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상호 견제기능을 상실해 오히려 대학 행정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행정직원은 물론 총장도 주요 보직 ‘겸직’ = 최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내 겸직을 하는 총장들이 눈에 띈다. 지난달 초 취임한 김진규 건국대 총장은 의무부총장을 겸하고 있다.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의대 교수 출신이라는 김 총장의 이력을 살려 의무부총장에 겸직 발령한 것이다.
이를 통해 건국대병원의 경영과 의·과학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집중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건국대는 “총장이 의무부총장을 겸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건국대가 추진하고 있는 건국대병원 발전과 의과학 분야 지원과 육성 드라이브가 한층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지난해 같은 법인의 경희사이버대 총장에 겸직 발령됐다.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회가 경희학원 양 기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 총장의 겸직을 결정한 것이다. 조 총장은 “온·오프라인 대학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대학발전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경희사이버대 온라인 노하우는 경희대의 교육·연구·실천 글로벌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총장이 부총장직을 겸임한다면, 부총장은 처장직을 함께 맡아 행정업무를 총괄한다. 정무영 울산과기대 부총장과 김영섭 한동대 학사부총장은 각 대학에서 교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다. 교무처장으로서 업무역량을 인정받아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부총장을 겸직하게 된 케이스다. 이외에도 단과대 학장과 대학원장을 겸직하거나, 학내 보직을 맡으면서 대학의 주요 사업단장을 동시에 맡기도 한다.
■ 유사업무에 겸직 ‘시너지효과’ 등은 장점 = 행정직원들도 중책을 겸하며 대학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주로 과장급 이상의 직원이 대학 행정의 유사한 업무에 파견되는 경우가 많다. 언론홍보 역량이 뛰어난 홍보팀 직원이 총장 비서실장을 맡아 총장의 대외활동에 도움을 주거나, 단과대 직원이 같은 대학원 행정실장을 겸하며 유사 업무를 병행하기도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비서실과 홍보실 둘 다 업무량이 많은 자리지만 총장 취임당시 업무보고와 대외활동 하는 자리에 홍보실장이 주로 동석하면서 총장을 잘 아는 홍보실장에게 비서실장까지 동시에 맡기기도 한다”며 “겸직 발령을 하는 이유는 유사한 업무를 한 사람에게 맡기면서 통합적 효과와 비용절감,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이 중책에 겸직발령을 내는 이유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역량 있는 교직원에게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맡김으로써 시너지효과는 물론 경비절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한 사람이 두 가지 업무를 맡게 되면 그 밑의 행정직원 수도 줄고, 그에 따른 공간도 줄어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업무과중·직무별 견제 기능 상실 단점도 = 그러나 겸직이 실제 행정업무의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오히려 서로 다른 중책을 한 사람이 담당하면서 견제기능을 잃거나 업무과중으로 행정소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충남의 한 대학 창업보육센터는 이 대학 보직교수가 센터장을 겸하면서 평가가 급락했다. 기존 A등급에서 올해 C등급으로 떨어진 것이다. 학교측은 행정업무를 잘 알고 있는 교수가 센터장을 맡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센터 관계자들은 “센터장이 학교본부의 고위 보직을 맡다보니 정작 센터 업무엔 소홀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요 보직의 겸직발령으로 직무별 상호 견제 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학교발전에 역효과란 지적도 있다. 충북의 한 대학에서는 대학 기획처장이 같은 법인의 법인사무국장을 수년째 겸하고 있다. 이 대학 교수는 “서로 감시·견제해야할 직책을 한 사람이 맡다보니 교비 등 학교 재정 운영 부분에서의 투명성이 의심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겸직을 맡았던 교수·직원들의 반응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단과대학장과 특수대학원장을 겸직했던 한 교수는 “겸직을 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에너지가 분산되다 보니 오히려 한 가지 업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보직을 맡으면 수업시수가 줄긴 하지만, 겸직을 하면서 연구와 강의를 하는데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겸직에 따른 직원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건국대 안진우 직원노조위원장은 “대학은 신분제가 적용되는 사회이다 보니 교수들은 겸직이 경력이 되지만, 대학직원들은 아무리 겸직을 한다고 해서 승진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직원들은 업무량만 늘어 겸직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