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대학이 지주회사를 설립하기가 쉬워지고, 발생 수익을 대학으로 100% 전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반면 기부금을 100% 손비 인정하는 일몰조항은 연장되지 않는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연내 개정되는 조세특례제한법은 “학교 법인이 50% 이상 출자해 설립한 법인에서 발생한 수익을 학교 법인으로 전입할 경우 100% 손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학교 법인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법인만 손비 인정하던 것을 50% 이상 출자로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그간 수익사업의 제한을 풀 것을 주장해온 대학 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전액 출자의 부담을 덜어 지주회사, 자회사 등 대학이 운영하는 특수회사 설립의 폭이 넓어진다. 발생 수익을 대학으로 들여오는 데 별도 세금을 물지 않는 점도 대학이 직접 설립·운영하는 사업을 확장하는 데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원래 기부금을 100% 손비 인정하는 기존 일몰조항 연기를 주장했는데, 이 내용이 여의치 않자 사립대 총장들이 대학 출자 법인에 관한 내용을 정부에 건의해 수정안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기부금에 대한 손비 인정 관련 일몰조항 등 각종 특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일종의 반대급부란 설명이다.
개정안은 소극적 기부금 모금 대신 적극적으로 수익 모델 창출을 장려하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교과부 대학재정총괄팀 오판동 사무관은 “전액 출자에서 50%로 기준을 완화하면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게 쉬워지지 않겠는가. 발생 수익도 학교 법인으로 기부(전입)할 경우 100% 손비 인정을 하는 내용”이라며 “대학이 출자한 회사가 이익을 내면 대학도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사립대학재정관리자협의회 함경일 정책부회장은 “대학 측에 ‘실익’이 있는 내용”이라고 평했다. 그는 “100% 손비 인정이 되지 않으면 대학이 설립한 지주회사에서 돈을 들여올 때도 세금을 내야 하는 맹점이 있었다. 그런 점이 해결돼 지주회사의 공격적 운영과 수익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개정안 추진 배경에는 최근 대학의 기부금 모금이 줄어드는 추세가 깔려있다. 함 부회장은 “대학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지난 5년간 대학 기부금이 50% 가량 줄었다”며 “소액 기부와 세제 혜택 등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기부금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시점이 왔다. 대학 기부금에 대한 손비 인정 일몰조항이 사라져도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학 기부금 감소세는 CEO들의 출신 대학이 해외로 바뀐 것이 크게 작용했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 동문 출신 CEO의 기부가 자연스레 줄었다. ‘배움의 한(恨)’이 사라진 풍토도 무시할 수 없다는 후문. 대학에 일생 동안 모은 재산을 기부, 배우지 못한 한을 풀어내던 미담 사례를 더 이상 찾기 힘들어졌다. 기업들이 여러 형태의 봉사활동을 펼치며 대학 기부금 말고도 사회에 환원하는 통로를 찾아낸 것 역시 한 요인이다.
때문에 대학가에선 현행 정치후원금과 유사한 세제 혜택(10만 원)을 대학 기부금에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학생 장학금 등 용도 지정을 전제로 소액 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다. 실제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이러한 내용의 법안을 준비했으나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과부 측은 “기재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정리하는 과정에 있다. 이번에 대학 기부금 손비 인정 비율 일몰조항을 연장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새로운 세제 혜택을 대학에 적용하는 내용은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