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0개 영역, 29개 기준, 84개 항목이 발표된 가운데, 인증기준 저하, 평가위원 자격, 건강보험 DB연계 취업률 반영 여부 등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산하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원장 윤여송 인덕대학 토목환경설계과 교수·이하 인증원)은 지난 4일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을 위한 3차 공청회를 열고 “2주 이내에 교과부에 인증기관 선정 신청서를 내겠다”면서 “교과부가 다음 달 내에 인증관련 허가를 발급하고, 내년 초에는 바로 인증원 인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증원이 정한 인증기준은 △대학의 사명과 발전계획 △교육 △산학협력 △학생 △교원 △도서관 △경영 및 관리체계 △재정 △물적자원 △대학의 책무와 교육개선 등 10개 영역에서 29개 인증기준, 84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5월 대구과학대학에서 열렸던 공청회에 비해 인증기준은 3개, 세부항목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교과부와 대학측이 “세부항목이 너무 많아 대학에 많은 부담을 준다”는 의견을 수용해 대폭 줄었다.
84개 평가요소 중 정성평가는 75%인 63개, 정량적 정성평가는 25%인 21개다. 특히 정량적 정성평가 중 △신입생 충원 △재학생 충원 △교원 확보 △교육비 환원 △장학금을 필수 평가요소로 지정하고, 이 항목은 법령·정부 요구 수준의 80% 이상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건강보험 DB연계 취업률도 필수 평가요소로 추가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필수 평가요소조차 법령·정부사업 등의 요구수준의 80% 이상이면 통과된다는 지침에는 반발이 많았다. 법령·정부의 요구수준이라는 것 역시 최소 요구사항인데 그것보다도 20%나 부족하다면 인증제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고석용 제주한라대학 e-경영정보과 교수는 이에 대해 “모든 항목을 충족시켜야 된다는 부담 때문에 필수 평가요소인 5개 항목조차도 너무 낮게 설정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인증평가위원의 자질과 대학 국제화에 대한 항목 부재도 거론됐다. 정성적 평가 방법이 75%를 차지하는 현 인증제도의 특성상 평가위원의 자질과 능력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김복기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인증 평가의 경우 현장평가에서 잘못되면 차후 절차를 통해 수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평가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평가자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구축하고 평가위원의 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DB연계 취업률을 필수 평가요소로 반영할지 여부 역시 몇몇 대학의 반발을 샀다. 예·체능계열이 특성화된 전문대학의 경우 취업률도 높지 않은 데다 취업을 한다 해도 프리랜서나 건강보험 사각지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률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예술대학 관계자는 “우리 학교 실용음악과 학생 중 올해 2명이 취업했는데, 이 두 명에게 ‘어떻게 취업했느냐’고 물어보자 ‘음악을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건강보험 DB 취업률의 필수 평가요소 반영을 우려했다.
윤여송 인증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취업률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항목이지만 대학마다 취업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학교 내 전체 학과의 취업률을 평균 내는 일률적 방식이 아니라, 학과별로 차등 적용해 취업률을 산출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증 비용에 대한 부분도 윤곽이 잡혔다. 재학생 5000명 이상 대학이 2011년에서 2013년 사이에 인증받을 경우 인증비용은 1500만원 수준이다. 유지 수수료는 대학 규모와 상관없이 한 해 400만원으로 통일했다. 교과부 지원이 없다는 전제 아래 추산된 금액이어서 향후 교과부가 지원해 줄 경우 금액은 달라질 예정이다.
인증제도는 대학의 자율로 진행되지만, 피인증자인 대학은 반드시 참여해야 할 분위기다. 공청회에 참가한 한 직원은 발표에 참여했던 양성광 교과부 교육정보정책관의 이야기를 거론하며 “향후 인증제가 시작되면 정부가 전문대학을 지원할 때 기관 평가인증을 참고해 행·재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인증받는 게 당연히 유리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공청회를 마친 윤 인증원장은 “오늘 나온 의견들 중 국제화와 관련된 항목은 추가하고, 84개의 평가요소는 70개 정도로 더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인증원장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한 해 40개 대학 정도 대학의 기관인증이 가능해 3년 내로 145개 전문대학에 대한 인증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