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변재일) 소속 의원들이 8일 청문회를 열고, 상지대 정상화에 대해 질타했다. 이날 청문회는 국정감사 기간 중 증인출석을 하지 않은 안병만 전 교과부장관, 이우근 사분위원장,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 등이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청문회에서는 △종전이사측에 과반수의 이사 추천권을 부여한 문제 △2007년 대법원 판결의 의미 △사분위 회의록 파기 △김문기 전 이사장에 대한 설립자·재산기여 논란 등이 제기됐다.
이우근 사분위원장은 “사분위의 상지대 정상화 결정은 2007년 5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하고 있다”며 “당시 대법원은 사학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게 학교법인이라고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대법 판결 해석 논란=이에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2007년 5월 대법원의 상지대 판결과 관련해 김황식 당시 대법관은 ‘그 때 판결은 상지대를 종선이사에게 돌려주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는데. 왜 사분위는 이를 종전이사 측에 상지대를 돌려주는 것으로 해석했느냐”며 “당시 판결은 구재단 복귀의 원인을 제공한 판결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김황식 당시 대법관도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때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을 인정해 준 것일 뿐”이라며 “사분위가 대법 판결을 악의적으로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대법원 판결은 지난 2007년 5월 17일 대법원이, 당시 상지대 임시이사회가 정이사 선임을 결의한 것을 무효로 판결한 것이다. 사분위는 이를 근거로 사학의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해 종전이사측에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종전이사의 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상지대·조선대·세종대 등의 학내 구성원 측은 “대법 판결은 종전이사측이 정이사 선임에 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임을 인정한 것일 뿐, 종전이사의 학교 경영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사분위 정상화 원칙도 도마에=사분위가 마련한 학교법인 정상화 원칙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유성엽 의원(무소속) “사분위가 종전이사측에 과반수 이상의 이사 추천권을 인정하면서도 비리나 도덕성이 사회상규나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비춰 봐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을 때는 이를 예외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편입생 부정입학 △강사채용을 조건으로 한 금품 수수 △가짜 박사(김문기씨의 사위)의 교수 채용 △78년부터 98년까지 이사회를 열지 않고 회의록을 허위 작성한 문제 등 김문기씨의 재단 이사장 재직 시의 비리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우근 사분위원장은 “17년 전의 일이고, 사면복권 됐기 때문에 그렇게(종전이사측에 과반수의 이사추천권을 부여) 한 것”이라며 “업무상 횡령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았고, 부정입학만 비리로 남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상지대 문제와 관련해 열거한 불법·비리 사항은 국민 감정상 용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지난 1993년 3월 부정입학 관련한 금품수수와 황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업무방해죄로 유죄가 확정, 총 1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994년 3월 횡령죄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분위 회의록 파기 누가 제안 했나?”=사분위 회의록 파기에 대해 질의도 이어졌다. 이우근 사분위원장은 “회의를 거듭할수록 장시간에 걸친 회의 내용을 전부 속기록 형태로 보관하기가 어렵고, 구어체를 활자화시키는 과정에서 생략되는 부분이나 반복되는 부분이 많아 사분위원 합의로 발언 요지만 기록하기로 하고, 종전의 속기자료는 폐지했다”고 밝혔다. ‘비리재단 복귀 저지와 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이하 상지대 긴급행동)’은 지난 9월 이우근 위원장과 사분위원 전원, 교과부 담당 간부(대학지원관, 사분위지원팀장) 등 12명을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속기록 보관이 어려워 파기했다고 했는데 위원장은 보관이 어려운 것을 실제로 확인했느냐?”,“"사분위원 중 제일 처음 속기록을 파기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누구냐?”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보관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제일 처음 속기록 파기를 제안한 위원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김 의원은 보충 질의시간에도 “사분위 운영규정을 보면, 사분위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하고, 예외적인 경우 위원 합의에 따라 비공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회의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문기씨를 종전이사로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논란이 됐다.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은 “1993년 김문기씨가 부정입학 관련 금품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교과부 실태조사 결과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하고 임원취임 승인취소를 했는데 종전이사로서의 권리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임원승인 취소된 김문기씨 자격 있나”=상지학원 설립자가 누구인지와 김문기씨 측의 재산기여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대법 판결에서도 김문기씨가 아닌 원흥묵씨(청암학원 설립자)를 설립자로 인정했다”며 “김문기씨가 총 4000억원의 사재 출연을 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성엽 의원은 “현재까지 김문기씨가 기여했다는 재산내역을 살펴봐도, 수용된 토지가 20억원 등 총 27억 밖에 되지 않는다”며 “4000억원 기여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서도 이우근 사분위원장과 김문기 전 이사장을 비판하는 질의가 나왔다. 임해규 한라라당 의원은 “사학은 자주성과 공공성이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종전이사측에 과반수 이상의 이사추천권을 부여하는 게 이런 균형을 고려한 것인지 유감스럽다”라며 “사학이 자주성을 가지려면 누가봐도 자랑스럽고 떳떳해야 하는데 김문기 전 이사장은 불명예스런 일을 당했다. 자주성을 주장하기 위해선 자기 검열이 필요할 텐데, 자신의 직계 가족을 꼭 정이사로 넣는게 타당했느냐”고 지적했다. 종전이사측 몫으로 추천, 정이사로 선임된 김문기 씨 아들 김길남 상지문학원 이사장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김문기 전 이사장 로비 의혹도=이날 청문회에선 김 전 이사장 측의 로비의혹도 불거졌다. 유성엽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김문기씨 쪽 사람들이 찾아 와 ‘상지대 문제를 잘 처리해 주면 앞으로 후원금을 내겠다’고 말했다”며 “사실 예전에는 상지대문제를 잘 몰랐지만,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을 보고는 상지대가 문제가 많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그런 적 없다. (찾아간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