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출제한 대학의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스스로 부실정책을 추진하였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대출제한 평가 첫해에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감안하여, 연말까지 내년도 대출한도제한 대학 설정평가를 위해 지표개선 및 절대평가 요소 도입 등 다각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졸속으로 추진된 부실정책에 대하여 보완하겠다는 표현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이처럼 무책임하게 대학정책을 추진한 예가 없다. 대학이 부도덕하거나 심각한 범법행위를 하였다면 마땅히 강력한 제재를 가하여야 할 것이다. 대학으로서 설립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많은 소규모 신설 지방대학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단지 해당대학에서 발생한 문제인가? 대학설립 정책, 인구정책 등 정부정책의 오류와 수도권 집중화, 청년실업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불과 10년 후에는 대학정원보다 고교졸업자가 20만명이나 절대 부족한 시대가 도래한다. 이에 모든 대학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굳이 교과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자유경쟁 속에서 정리될 만큼 성숙된 자랑스러운 G20 의장국 국가가 아니던가?
당초 학자금 대출제도의 건정성 유지가 제도 추진의 목적이라면 기존의 학자금 대출의 상환율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대학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면 학생이 아닌 대학에 대한 제재나 불이익 조치가 타당할 것이다. 해당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는 분명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침해이다.
행정절차법에서는 특정행정 행위로 인한 불이익의 경우 당사자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출제한 대학 선정으로 불이익을 받는 대학의 의견을 듣고자 한 것이 있는가? 해당대학에 대한 실사과정 없이 단지 책상위에서 고무줄 자를 들이대어 선정할 수 있는 것인가? 특히 대학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학 명단의 발표는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겪는 위기의 핵심은 교육의 질적 저하이다.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적정 수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재정현실에서 교육의 수준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립대와 사립대가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위해 정부는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각종 평가에 있어서 고육역량강화사업, 사립대학 구조조정 사업, 학자금대출 제한 등 각종 대학 평가사업간에 연계성을 강화하여 평가의 부담을 낮추고자 한다는 발표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평가의 목적에 따라 적용지표와 기준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대학에 혜택을 주기 위한 평가와 제재를 위한 평가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여건과 성과에 대한 적절한 지표와 기준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며, 제재를 위해서는 대학설립 조건 등의 요건에 대한 충족여부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출제한 대학이 자발적으로 교육여건을 조기에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아직까지 지원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기대가 되면서도 쥐꼬리만도 못한 재정지원을 하고 생색내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