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시간강사 제도를 폐지하고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사립대는 정부 예산지원 없이 무조건 개정안을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시간강사들도 여전히 시급제 임시직이라는 점에서 ‘무늬만 교원’이란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 시간강사제 폐지…‘교원’지위 부여 = 지난 12일 교과부는 시간강사 제도를 폐지하는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는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에서 임용과 신분보장 등을 보완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간강사도 내년부터 교원 지위를 갖게 된다. 명칭도 ‘강사’로 바뀌고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와 함께 교원에 포함된다. 계약기간도 현행 학기당 계약에서 1년 단위로 바뀐다.
교원 지위가 보장되면서 임용계약 위반, 형의 선고 외에는 계약기간 중 강사를 의사에 반한 면직, 권고사직 등을 당하지 않도록 법률로 규정된다. 강사는 대학 내 의사결정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강의료도 오른다. 현재는 법정 주간수업시수(9시간) 기준 1인당 연봉이 1148만원으로 최저생계비(1635만원)에도 미치지 못 한다. 따라서 국립대의 경우 매년 1만원씩 시간당 강의료 단가를 올려 2015년에는 2498만원(시간당 9만 2500원)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사립대의 경우엔 △적정수준의 강의료를 부담하도록 기준을 권고하고 △시간당 강의료를 매년 공시토록 하며 △대학 재정지원사업 등에 ‘강의료 최저기준 충족도’를 지표로 활용해 임금인상을 유도한다. 또한 강사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전임교원확보율에 시간강사를 일정 비율 포함시킬 수 있게 했다.
■ “강사 채용 줄이고 전임교원 시수 늘릴 것” = 이처럼 기존 사통위 안보다 강화된 입법예고안이 발표됐지만 실효성 의문은 여전하다. 특히 다수의 사립대에선 재정확충 없이 개정안을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시간강사를 줄이고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는 방식의 대책 안을 마련하고 있다.
홍성조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은 “예산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사립대 재정은 뻔한데, 아무런 대책 없이 교과부 방침을 따르라고 하면 사립대는 더욱 힘들어진다”며 “각종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에 강사채용을 유도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부족한 예산문제는 학생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무처장도 “대학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강사료·연구실·보험료 등을 보장하면서 강사를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강사를 채용하기보다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늘리고, 폐강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의 대책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에 대한 폐강기준을 강화, 시간강사의 수요 자체를 줄이겠단 얘기다. 이는 전임교원 확보율에 시간강사를 포함, 채용을 유도한다는 교과부 방침이 현장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대목이다.
■ 시급제·임시직 여전…“무늬만 교원” = 시간강사들이 대학 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수도권 사립대 한 교무처장은 “개정안은 강사도 대학평의원회에 참여할 수 있게 했지만, 현실적으로 1년만 일하는 교원을 의사결정과정에 포함시키는 일이 쉽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이 처장은 “신분보장 측면에서도 계약기간이 한 학기당에서 1년으로 연장됐을 뿐 임시직이라는 것은 여전하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강의료가 조금 오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에게서도 제기된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사무처장은 “개정법률안은 시간강사의 불안정 상태는 그대로 두고 물적 급부만 조금 더 준 것”이라며 “실질적인 교권을 줘야 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평의원회에 들어갈 수 있게는 했지만 총장선출권 등 교원의 핵심적인 권리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사무처장은 “교원지위를 부여한다는 교과부 방향설정은 맞지만, 내실을 더욱 따질 필요가 있다”며 “시간강사 뿐만 아니라 겸임·초빙 교원 등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원 모두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전체 물적 급부를 조금 줄이더라도 모든 교원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