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학장 영입, 서울대 출신 ‘상한가’
약학대학 유치과정서 역할...‘보은’ 차원 인사
향후 “약대교수 채용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서울대 약대, ‘연구개발’에 특화된 점도 감안
신설 약대들의 학장 영입 경쟁에서 서울대 출신들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약대 유치 과정에서 도움 받은 점을 감안한 보은 차원의 인사도 있지만, 향후 교수 채용을 위한 포석도 눈에 띈다. 또 연구개발에 특화된 서울대 약대의 위상을 고려, 신설 약대를 키우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서울대교수 출신 대거 약대학장으로=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정년퇴임을 했거나 정년을 앞둔 5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신설 약대학장으로 내정되거나 발령을 받았다. 이미 서울대 교수를 퇴임한 천문우 교수가 지난달 동국대 약대학장으로 임명받았으며, 앞서 인제대도 지난 6월 김종국 서울대 명예교수를 학장으로 영입했다.
지난 8월엔 서울대를 정년 퇴임한 이명걸 교수가 9월 1일부로 가톨릭대 약대 학장으로 임명됐다. 가천의과학대는 이승기 서울대 명예교수를 학장으로 영입했고, 차의과대는 정년 1년을 앞둔 고광호 서울대 교수를 내년 3월 1일부로 학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들이 대거 신설 약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유로는 약대 유치과정에서의 ‘인연’을 먼저 들 수 있다. 천문우 동국대 약대학장은 지난해 9월부터 동국대 약대 추진단장으로 활동했다. 약대 신청서 작성에서부터 약대 인가심사, 교육과정 수립까지 동국대가 약대를 유치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 이후 약대 유치에 성공하자 천 교수를 ‘보은’ 차원에서 학장으로 영입한 셈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약대 추진단장을 맡았던 게 인연이 돼 학장으로 임명된 것”이라며 “약대 설립 초기이기 때문에 학교에선 천 교수가 학장을 맡아 약대를 안착시켜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인제대도 약대 설립 추진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김종국 전 서울대 명예교수를 학장으로 임명했다. 김 교수도 3년 전 인제대 석좌교수로 위촉돼 약대설립추진위 공동 위원장을 맡아 학교에 도움을 준 경우다.
이대희 교무처장은 “석좌교수로 영입될 당시에는 기존의 제약공학과를 키우기 위해서였지만, 그 뒤 약대 유치경쟁에서도 도움을 받았다”며 “신설 약대를 키우기에 적당한 인물이라는 판단에서 학장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업적 때문에 ‘삼고초려’=서울대 약대 교수들이 학장 영입 대상으로 상한가를 치는 이유는 연구 역량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8월 말 서울대 약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직후 가톨릭대 약대 학장으로 임명된 이명걸 교수는 전공분야(약물역학)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기획처장은 “SCI 논문 게재 건수가 350회에 이르는 등 서울대에서 최고의 연구업적을 낸 분”이라며 “약대 추진과정에서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약대를 키우기 위해 학장으로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영입을 위해 가톨릭대는 총장까지 나서 삼고초려했다는 후문이다.
차의과대는 고광호 현 서울대 교수를 내년 3월 약대 개교 시점에 맞춰 학장으로 임명한다. 고정래 기획처장도 “현직에 있는 분을 영입, 최소 4년의 임기를 보장할 것”이라며 “이는 약대 설립에서부터 첫 입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고 교수에게 약대를 맡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 ‘인력풀’ 넓다는 점도 이점=특히 고 처장은 “신설 약대에서 학장으로 서울대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서울대가)R&D에 특화됐기 때문”이라며 “차의과대는 신설 약대를 신약개발이나 바이오제약에 특화된 약대로 키우기 위해 고 교수를 학장으로 내정했다”고 말했다. 약사 양성에 주력하는 약대보다는 연구개발에 강점을 가진 약대로 키우기 위해 서울대 교수를 학장으로 영입했다는 설명이다.
교수채용에 도움을 받기 위해 서울대 출신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의 한 약대 교수는 “서울대 출신들이 주요 약대의 교수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고, 졸업 후 약국을 개국하기 보다는 유학을 가거나 공부를 더 하는 경우가 많아 나름대로 교수 인력풀이 많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동국대의 경우 천 학장이 약대추진단장으로 임명된 이래 채용된 교수 9명 대부분이 서울대 약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확충을 위해서도 학장 대상으로 서울대 출신이 선호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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