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대학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겨우 연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위기이다. 학생기자로 활동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이제는 구걸해야 할 판이다. 요즘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
학생언론인 이전에 학문을 연마하는 대학생 본연의 모습 자체가 크게 일그러져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힘들고 귀찮은 일은 꺼리는 신세대 학생들의 생리도 곁들어져 대학의 언론사들은 기자 구인난에 허덕이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학생기자를 지원하는 경우에도 뚜렷한 사명의식이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찾아오기보다는 멋있어 보인다거나 한 번쯤 경험 삼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고, 큰 포부를 가지고 수습기자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라도 한 학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떤 대학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사 작성을 담당하는, 비교적 여유있는 형편인데도, 편집국장이 원고 요구를 조심스럽게 해야 할 정도로 학생기자는 귀한 신분이 되었다.
기자난에 허덕이는 필자의 대학은, 주 1회 8면의 기사를 정기자 3명과 수습기자 2명이 담당하고 있다. 월요일의 기획회의, 수요일의 편집회의를 거쳐 금요일 기사를 완성하고 토요일 조판 이관을 마감하기까지 다섯 명의 기자들의 한 주의 활동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이다. 8면의 기사를 완성하기에 급급한 판국에 폭넓은 취재와 심층적인 분석이 이루어진 기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일 수밖에 없다. 사실 보도에 그치기가 일쑤이고, 기획기사도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다가 대중매체의 환경 변화에 따라 사실보도나 감각적인 기사는 종이신문이 그 속도나 다양성을 따라갈 수 없는 시대이고, 독자층인 학생들은 필요한 정보나 관심분야 컨텐츠를 이들 매체를 통해 해결하는 상황에서 대학신문은 더더욱 소외당하고 있다. 신문제작의 제반 여건이 악순한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내부적인 열악과 환경적인 불리의 이중적 악조건 속에서 대학신문은 자기갱생을 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대학신문의 편집권 문제도 적지 않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발행인(총장)과 주간(교수), 주간과 편집국장(기자) 사이에서 야기될 수 있는 편집권의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묘한 갈등을 넘어서 노골적인 대립을 야기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규정상, 대학신문의 편집권은 발행인(편집인)에게 있지만, 사실상 주간에게 위임되고, 주간은 다시 편집국장에게로 위임하고 있는 상태이다. 제작과정에서는 학생기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발행인이나 주간은 편집국장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자기 권한 아래 예속시키고 싶은 유혹을 받기 쉽고, 노골적으로 자기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대학신문의 자율적인 편집권은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과거 민주화 투쟁시기보다 요즘들어 대학들에서 편집의 자율성이 오히려 크게 훼손되고 있는 현상은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문을 제작하는 인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열등한 대중매체로 급격히 전락하고 있는 악조건과, 편집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흉휼한 상황에서도 대학신문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대학의 언론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구책을 스스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악조건은 지면이나 발행 횟수를 줄여서라도 다른 매체들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율성 침해는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 대학신문의 위기는 다름아닌 대학생의 자발성과 대학의 자율성의 위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대학언론의 정립은 대학인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