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고 고소득일 경우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4년제 대학에 보내게 되지만, 부모가 저학력·저소득자일수록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문대학에 보내게 된다. 그렇다면 전문대학을 지원하는 게 ‘친서민·공정사회’에 가까운 것 아니겠는가.”
전문대학 위기론이 나도는 가운데, MB정부의 ‘친서민·공정사회’를 위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2일 한국전문대학교육학회(회장 양한주·동양미래대학 기계설계과 교수)가 연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문대학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분석과 대안들이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양한주 회장은 저소득·저학력 층의 사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전문대학이 수준 높은 고등직업교육과 계속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또한 이런 제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에 따르면, 지난 2009년 4년제 대와 전문대학 재정지원금 5조 5679억 가운데 전문대학에 돌아간 지원은 6.9%인 3867억원에 불과했다. 학생 1인당 지원액으로 계산해 보면, 전문대학 학생은 국립 4년제 대학 학생보다 4배 적고, 사립 4년제 대학과 비교해 볼 때도 3배 이상 적다.
양 회장은 이에 대해 “4년제 대학생들은 전문대학 학생들에 비해 4배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교원 1인당 학생 수도 전문대가 10명 이상 많다. 이것이 기회균등, 친서민 정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4년제 대학 수준의 재정지원 요구와 함께 △국립 전문대학의 설치·운영 △4년제 대학 수준의 전문대학 교육여건 조성 △정부와 산업체가 공동노력을 기울여 학력별 임금격차를 완화 △직업 교육분야로의 계속교육 기회 제공 등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재길 창원전문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에 진정한 직업교육트랙이 세워져 있어 전문직업인을 양성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대학에서 학점 4.0이상을 받은 학생들이 너도나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작동을 못하는 직업교육트랙을 세우고 전문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학생현장실습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권 교수는 “20여개 대학을 조사해보니 학생현장실습에 대해 대학도 몰라서 방치하고 있는 곳이 대다수”라며 “정부가 전문대학 직업교육의 활성화와 진정한 직업교육을 요구하려면 실습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의 행·재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교과부는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보다는 전문대학생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토론자로 나선 박준 교과부 전문대학정책과 과장은 “친서민 정책대상은 전문대학이 아니라 전문대학생”이라면서 “전문대학에 무한정 재정지원을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와 관련 “내년에는 우수한 전문대학 학생을 전문대학에 붙잡아 둘 수 있도록 우수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우수전문고등학교 학생과 전문대학을 연계시키는 방법 등 학생 중심의 전문대학 발전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