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본지가 주관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초청 전국 대학 총장 간담회’는 대학들이 직면한 현안을 두루 살피는 자리가 됐다. 총장들은 교과부의 대학 지원 문제부터 제도 개선, 대학 의견 수렴 구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이인원 본지 회장은 “교과부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대학 총장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도 총장들의 질문을 일일이 메모하며, 총장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교과부의 정책 방향, 보완점 등을 제시하면서도, 정책쪽 준비가 좀 더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지방대 지원 TF팀 운영 등 의욕적으로 벌이는 사업을 제시하는가 하면, 사립대 재정 지원 등 정부 타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건강보험 연계 취업률 제도의 맹점 등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 이공계 위기 심각성 부각 =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문제는 ‘이공계 위기’였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은 “이공계 교육이 악화 일로다. 수험생의 자연계열 선호도가 계속 떨어지고, 의학·한의학 쪽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과학기술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진규 건국대 총장도 “이공계 위기는 대학원생이 있어야 넘길 수 있다”며 대학원생 증원요건 완화를 요구했다. 여준구 한국항공대 총장은 “이공계 지원을 늘리기 위한 대학-고교 간 연계 정책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장관은 “장학금 대책만으로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기 어렵다”며 “ 현재 이공계 인력 양성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초·중·고교 때부터 수학·과학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대학원 증원에 대해선 “4대 요건을 충족해야 증원할 수 있는데, 이는 교육 여건과 직결되는 법령을 고쳐야 해결될 수 있다”며 “이공계 위기 극복차원에서 국내 박사 양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ACE 사업 확대 요구 높아 =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사업에 대한 확대 요구가 많았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올해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모두 11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지역거점국립대는 한 곳도 없다”며 국립대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다. 박동순 동서대 총장은 “교육역량 강화사업에 선정된 대학이 ACE사업에 선정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선정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이 장관은 “ACE사업에 대한 대학들의 관심이 높아 단계적으로 선정 대학 숫자를 늘려가려 한다”며 “내년도 사업 시행 시 추가로 10개 대학을 선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근 숭실대 총장은 “사립대의 재정문제가 심각하다”며 시간강사제도 개선에 따른 인건비 지원 등을 건의했으나 이 장관은 “사립대까지 예산을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 당국의 반대가 심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인건비 지원이 불가하기 때문에 연구비 지원으로 돌려 이 분야 예산 173억 원을 확보했다”는 말로 이를 갈음했다.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은 “올해부터 대학취업률 발표에 활용된 ‘건강보험 연계 취업률’이 1인 직장이 많은, 예술 분야가 많은 대학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산정 방식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건강보험 연계 취업률 통계는 예술 분야가 강한 대학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을 검토, 보완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 입학사정관제 보완 의견도 =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보완 요구도 제기됐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입학사정관제 정착을 위해선 사정관의 신분 보장이 돼야 한다”며 “현재 비정규직이 많은데 정규직 전임 입학사정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풍삼 순천향대 총장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내신을 보지 않고 잠재력, 창의성에 초점을 맞춰 선발했는데 막상 뽑아보니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많았다”며 “내신을 등급별 상대평가가 아닌 상·중·하 정도로 단순화한 절대평가로 봐줘야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에 대한 지원 요구도 이어졌다. 김병식 초당대 총장은 “상상 이상으로 지방대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읍소했고,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지방대 공동화를 우려, 대입 정원외 전형의 개선을 요구했다. 전호종 조선대 총장은 “지방 사립대는 재정 확보가 어렵다”며 “세액공제가 되는 정치 후원금처럼 대학 후원금도 세액공제를 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장관은 “지방대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정립되려면 산학협력이 중요하다”며 “교과부 차원에서 지방대 살리기 TF팀을 꾸려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취업 제고와 인턴십 확대 요구도 제기됐다. 이성우 국민대 총장은 “젊은이들이 다국적 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고,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취업 잘하는 대학을 만들려면 인턴십 기회를 얻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이 문을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예산지원 우선순위 바뀌어야” = 교과부의 예산 지원 우선순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대규모 연구중심대학에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산 투입은 학생 교육·취업에 신경을 쓰는 대학들에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우형식 금오공대 총장은 “교육정책 변화를 이끌려면 현장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교과부의 국장·과장·사무관들이 권역별로 대학을 분담해 대학총장 의견을 수렴, 장관께 보고하는 게 어떠냐”고 여론수렴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수익용 기본재산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 총장은 “수익용 기본재산 요건도 국·공립대는 없고 사립대만 있는데,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완화해 달라”고 말했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대구대는 16년 간 임시이사 체제로 지내온 끝에 최근 정이사 체제로 전환을 논의 중”이라며 “정상화 과정에 있는 대학들이 또 다른 분규를 겪지 않도록 교과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김봉태 선문대 총장은 대학 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김 총장은 “외국 인재들을 우리 대학들이 길러 ‘친한파’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의 대학 내 외국인 학생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해외유학 10만 시대가 온다”며 “여러 총장들이 걱정하듯 체계적 유학생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을 많이 지적해 글로벌 인재 양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 대학평가에 대한 부담도 지적 = 총장들은 외부평가에 대한 부담도 드러냈다.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은 “대학평가가 너무 늘어 대학 입장에선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내년부터 실시되는 대교협의 인증평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돼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인증평가는 말 그대로 기본 요건만 인증해주는 제도”라며 “이를 계기로 교과부가 대학을 더 많이 규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인성·창의 교육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박우희 세종대 총장은 “공교육에 대한 논의와 함께 대학교육의 창의성을 키우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공정자 남서울대 총장은 “봉사를 통한 대학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대학이 잘 가르치는 것을 특성화했다고 교과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원금 규모도 좀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교협 회장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잘 뽑는 경쟁’에서 ‘잘 가르치는 경쟁’으로 가야 한다”며 “전임 입학사정관들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하영·김봉구·홍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