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사학 비리와 부조리는 실효성없는 사학 규제정책으로 정부가 대학의 내성만 키워준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제적 사고에서 깨어야 하며 대학의 자율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립대 뿐만 아니라 국공립대도 포함된다.
3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서울 양재동 소재)에서 ‘대학의 구조개혁과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회장 서정화 홍익대 교수) 추계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철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원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한국 대학지배구조개혁의 선진화’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김 원장은 “사실 대학을 운영하는 지배구조가 경쟁적인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사립대의 지배구조가 아직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혈족 위주 이사회 구성과 족벌경영 △설립자나 이사장의 과도한 학교 운영 관여 △재단 관계자의 학교 예산 유용 △인사 등과 관련 각종 비리와 부조리 등의 문제 때문에 정부가 불가피하게 규제를 하지만 개선은 되지 않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실효성 없는 사학규제 정책으로 인해 사학의 문제가 치유는 안되고 약만 쓰다 내성만 강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김 원장은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학의 자율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자율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위주의 현행 사립학교법을 육성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립대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그는 “국립대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자주화시켜줘야 한다”며 “국가가 모든 틀을 짜주면 법인화의 취지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이같은 문제에 당면해 있으나 국회에서도 이것이 쟁점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립대 구조개혁과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립대를 비효율적 비경쟁적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현재 이미 구조개혁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간 국립대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으나 실효성에 대한 점검없이 법인화만 강조하고 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반 교수는 “구조개혁이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만 가다보니 질관리가 제대로 안됐을 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은 필요하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대 법인화 체제는 일본을 제외하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구조”라며 지배구조를 통해 국립대를 발전시키겠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인화법을 보더라도 교과부 차관, 기재부 차관이 이사회에 참여하게 돼 있지만 이사회에 통제 압력이 없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송영식 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날 ‘사립대학의 구조조정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현재 사립대가 처한 상황을 학술적으로 보는 시각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사무총장은 “사립대까지 고등교육법 개정해서 제한하는 나라가 없다”며 “최근 발표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은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혔는데 개인의 상환능력이 아닌 대학기관을 통한 대출제한이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정부의 강제퇴출방법에 반발했다.
그는 사학을 공학화하는 분위기를 지적하며 사학의 특수성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송 사무총장은 “사학재산은 학교법인의 재산이지 사회에 환원된 재산이 아니다”며 “재단법인의 경영권은 재산권에서 나오므로 이사회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다소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주제발표자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통제적 기능이 아닌 지원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일반법도 아닌 개별법을 통해 국립대 법인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학자금대출제한을 통해 부실사학 퇴출의 수순을 밟고 있는 관주도의 구조개혁방안에 동의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들은 구조개혁을 위해서도 재정문제해결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해외 유수 대학의 10분의 1도 안되면서 세계적 대학으로의 발전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입법 시행 요구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