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서울캠퍼스·용인캠퍼스 학생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급기야 서울 캠퍼스 학생 120여 명이 대자보를 연서해 부착했고, 그 대자보가 잇따라 훼손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복수전공제도’로 수년전 촉발된 갈등이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점점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학내에선 대학 측의 미온적인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학습권 침해’ 논란 등 확산 = 논란이 되고 있는 복수전공제도는 용인 캠퍼스 학생이 4학년 2학기까지 학점을 전부 이수한 후 1년간 등록금을 내고 서울캠퍼스의 과정을 전공할 수 있는 제도다.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 형평성 위배, 학벌 세탁 문제를 들어 수년전부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대자보 연서를 주도했던 유 모씨는 “복수전공제도의 불합리성은 수년간 지속됐지만 학교 당국의 개선 의지를 전혀 볼 수 없었다”며 “복수전공제도로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이 지속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대자보 연서를 하게 됐다. 총 120여 명이 연서에 참여했고 대자보 게시 이후에도 20여 명의 학우가 지지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유씨는 대자보 연서에 이어 기획조정처에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유씨는 “서울캠퍼스 경영대학 신입생 수는 약 140여 명이고 수강신청을 못하는 학우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한 해 용인캠퍼스에서 2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결국 서울캠퍼스 전공자들, 경영과목을 이중 전공하는 학생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매 학기 수강신청 기간마다 한국외대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캠퍼스 전공자들이 수강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항의 글들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가뜩이나 경영관련 과목 수강신청은 단 몇 초에 끝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용인캠퍼스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학습권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서울캠퍼스의 여론이다.
■ “형평성에도 문제” … 대자보 훼손 사태도 =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서울캠퍼스 학생이 이중전공을 신청할 경우 경영학과의 경우 보통 평점 3점대 후반이 커트라인이다. 또 이들은 제1전공자들의 수업을 신청할 수 없다.
하지만 용인캠퍼스 복수전공자들은 제1전공자로 제한된 수업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지원 자격은 이번학기 기준 평점 2.5점이다. 그래서 서울캠퍼스 전공자들이 정작 수업을 신청하지 못하거나 아예 이중전공 자체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수년간 발생해왔다.
또 하나는 합법적인 학위세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인캠퍼스 학생이 1년 등록금을 내고 복수전공을 할 경우 서울캠퍼스 학위를 받으며, 용인캠퍼스에서 이수한 전공은 부전공으로 표시된다. 수능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 점을 문의하는 수험생들의 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심리적인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학내 갈등은 대자보 연서와 훼손으로 표출로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대자보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자보를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 캠퍼스 인문과학관, 사회과학관 등에서 대자보가 찢기고 훼손된 장면이 목격됐다. 한 학생은 “학우들이 제도 개선을 위해 뜻을 모은 대자보가 훼손된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배후로 용인캠퍼스 복수전공자들을 지목하기도 했다.
제도 개선에 대한 논란이 대자보 사건에 더 나아가 같은 학교 학생이냐는 문제로 비화되는 등 양 캠퍼스 간 학생들의 감정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 양 캠퍼스 입장 모두 고려돼야 = 복수전공과 관련해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 측의 미온적 반응이 양 캠퍼스 학생 간 갈등을 키웠다. 대학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학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외대 졸업생 하승빈씨는 “복수전공 기준을 강화해야 하며, 동시에 복수전공 가능 인원수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문제는 제도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 캠퍼스 학생들끼리 감정적으로 싸울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교 측이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복수전공자의 성적증명서에 복수전공여부를 표기해야 한다”며 “복수전공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양 캠퍼스 학생들의 의견이 모두 수렴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형욱 기획조정처장은 “서울 캠퍼스의 이중전공제도와 용인 캠퍼스의 복수전공제도는 그 취지가 다르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복수전공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수업환경은 계속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