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들이 교양교육 강화에 나서면서 다양한 형태의 커리큘럼이 눈길을 끈다.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에서 인문사회학 교양교육 과정이 개설되는가 하면 개별 대학의 역사를 배우는 과목이 만들어졌다. 타 대학 교수를 초청해 옴니버스 형식의 강좌를 열고, 판소리·단소 교육 등 지역적 특색을 담은 과목도 나타났다.
대학가의 교양교육 강조는 일종의 트렌드로 풀이된다. 융복합 교육, 학문적 통섭 등이 주목받으면서 그 방편으로 교양교육이 강화됐다는 것. 이 같은 추세 속에 자연스레 교양교육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은 올해 ‘포스텍 칼리지’ 체제 개편을 선언하며 인문사회학부에 초점을 맞췄다. 이공계 학생들이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해 진정한 글로벌 이공계 리더로 키운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통합 인문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 4년간 매학기 1과목 이상 인문사회학 분야 교양교육 과목을 수강하게 했다.
포스텍 이진우 인문사회학부장은 “일반적으로 교양교육을 하더라도 3~4학년 때는 전공교육만 하는데, 이는 자칫 교양교육이 덜 중요하다거나 단기간에 끝내야 할 성질의 것이란 선입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 성찰, 인문사회학적 바탕에 기반한 창조적 상상력이란 관점에서 4년 내내 꾸준히 교육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우석대는 지난 2학기에 ‘아시아공동체론’이란 특별 강좌를 마련했다. 주한 인도대사, 중국 참사관 등 외교관들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했다. 외교관 출신 라종일 총장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 케이스로 일본 ‘원 아시아 클럽’의 후원을 받았다. 우석대가 진천에 설립하는 ‘ASEM 국제대학’의 전초적 성격을 띤 측면도 있다.
우석대 이구 교수는 “정치 관련 학과가 없어 사회과학 분야 강의를 듣거나 지방대 형편상 외부 강사들을 초청해 강좌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다”며 “이번 강좌는 학생들의 지적 욕구와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우수 교양교육 사례가 됐다. 학생들 반응이 좋아 내년 1학기에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고려대학(學)’을 지난 2학기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개별 대학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수업이 만들어진 사례다. 고려대 교양교육원 양희준 과장은 “요즘은 예전 ‘민족고대’ 시절에 비해 고대 정신이나 의식이 약화된 부분이 있다”며 “고려대 역사와 문화를 배워 사회적 리더로 성장하는 토양을 습득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북대는 옴니버스 형식의 고전 교양강좌를 시도했다. ‘복현모둠강좌’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 강좌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을 초청해 고전을 강의하는 수업으로 기획됐다. 경북대 교수 뿐 아니라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동국대 등 타 대학의 다양한 학과 교수들을 강사로 섭외하는 등 교수진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이 강좌의 결과물은 책으로도 엮여 나왔다. 강좌를 기획한 경북대 최정규 교수는 “고전을 읽게 하는 강좌도 좋지만, 책을 안 읽고도 배울 수 있는 강좌를 마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문학적 교양 뿐 아니라 사회·자연과학의 주제를 함께 살펴보는 자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판소리·단소 교육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삼아 전 재학생이 이수토록 한 대학도 있다. 소리의 고장 전주에 위치한 전북대는 지난 2008년 ‘전통음악’ 수업을 만들었다. 지역적 특색에 걸맞게 전북대생이라면 누구나 판소리 한 대목이나 단소 한 곡조를 부를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조통달, 김일구, 김영자 명창 등 이름난 소리꾼들이 강사로 나서 주목받았다. 수준 있는 강사진들로 인해 수업의 질도 높다. 전북대 정회천 교수는 “국악 전공 학과보다도 대학 구성원들이 앞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며 “젊은 세대에 대한 전통 문화 전수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