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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 다른 대학, 본·분교 갈등
전과·복수전공·소속변경 등 갈등 심화
같은 대학 안에서도 뿌리 깊은 학벌주의

“본교에서 분교생이 강의를 들으면 다 티가 난다. 원어강의에서 확연하게 실력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강의시간에 분교생과 같은 조라도 된다면 일일이 설명해 주느라 정작 내 공부는 하지도 못한다. 학교가 분교생이 본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복수전공제도를 실시하면서 강의실 수준과 여건이 많이 떨어졌다. 본교생만을 식별할 수 있는 확인 배지라도 만들어서 달고 다니고 싶다.”

“분교생이 본교에서 복수전공하는 것이 억울하면 본교생이 대학본부를 상대로 당당하게 나서서 말해라. 분교생이 복수전공이라는 학사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마치 큰 잘못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다. 본교생보다 수능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분교생이 인신공격을 당하는 것이야 말로 억울하다.”

서울 A대학 재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A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복수전공제도를 두고 본·분교생 간 시각 차이를 알 수 있다. 같은 대학 안에서도 뿌리 깊은 학벌주의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서울 주요 대학이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캠퍼스 간 소속변경이나 복수전공과 같은 학사제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본·분교생 간 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 단국대·연세대, 국내 대학 최초 분교 설립 = 국내 대학의 첫 분교 설립은 지난 1978년 3월에 개교한 단국대 천안캠퍼스와 연세대 원주캠퍼스다. 대학의 지방이전과 분교설립 정책은 정부가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에 마련한 대도시 인구분산시책에서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제시됐다. 이후 1977년에 수도권 인구 재배치 기본 계획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분교 설립이 권장되면서, 이 시점을 계기로 국내 주요 대학이 본교·분교(캠퍼스)라는 명칭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교가 완전히 특성화 된 분교 형태 보다는 본교에서 중복되는 학과나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학과를 중심으로 대부분 설치됐다. 본교에 비해 정규직 취업률 등 각종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주요 대학은 한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분교를 제외한 본교만으로 평가를 받았다. 같은 이름의 대학이지만 분교를 포함해서 평가를 받을 경우 각종 지표에서 순위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교생은 본교생에게 심리적인 위축감을 느끼면서 분교보다는 본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학사제도를 이용, 본교생과 학습권을 두고 갈등을 겪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 ‘학벌세탁’, ‘수업권 침해’ 등 본·분교생 간 감정 대립 = 복수전공을 통해 분교생들은 본교 졸업장까지 받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분교생의 학위증은 1개지만 졸업증명서는 본교와 분교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본교 학생들은 이를 두고 ‘학벌세탁’, ‘본교생 사칭’ 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세대는 이른바 ‘본교생 사칭’ 문제가 크게 떠오르면서 본·분교생들 간 감정이 악화돼, 지난 2009년에는 학생커뮤니티까지 따로 분리됐다. 기존 학생커뮤니티였던 ‘세연넷’이 ‘세연넷2.0’으로 바뀌면서 원주캠퍼스와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현재 세연넷에 가입하려면 회원 가입과정에서 신촌캠퍼스 재학생 인증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분교생들은 원주캠퍼스 전용 커뮤니티 ‘연필넷’을 이용하고 있다.

고려대는 본교 내 복수전과는 불가능 한 반면 캠퍼스 간 복수전공이 가능한 경우다. 본교생 역차별 논란으로 고려대 학생커뮤니티 ‘고파스’에서도 연세대처럼 본·분교 간 분리하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분교를 비하하는 뜻의 ‘원세대(연세대 원주캠퍼스)’, ‘조려대(고려대 조치원캠퍼스)’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를 두고 ‘짝퉁’, ‘이미테이션’, ‘체인점’ 등 인신공격성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연세대 원주캠퍼스나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검색하면, 같은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서로를 비방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려대 본교생 A씨는 “엄연히 입학성적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동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려대 졸업장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분교생 B씨는 “수능성적이 낮다고 인간성도 낮은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본교생들이 지나치게 인격모독을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어디 가서 고려대에 다닌다고 당당하게 말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연세대 본교생 C씨는 “신촌캠퍼스와 원주캠퍼스는 수능점수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는 원주캠퍼스 학생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엄연하게 입시점수에서 차이가 있는데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같은 대접이나 처우를 받기 원한다는 것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타 대학보다 수업권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들이 복수전공제도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20~50명인데 비해 한국외대는 무려 300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본교생 140명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서울캠퍼스 곳곳에 붙이기도 했으며, 다음날 대자보가 훼손되는 사건으로 본·분교 간 수업권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양대도 2011학번부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공과대학에 한해 전과제도가 신설됐다. 기존 복수전공제도로 인한 갈등이 전과제도로 더 심화된 것이다.

한국외대 본교생 D씨는 “경영학 전공 강의는 5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수강신청이 빠르게 마감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려 200~300명에 달하는 용인캠퍼스 학생들이 제1전공자 자격으로 수강신청을 하기 때문에 수업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D씨는 “서울캠퍼스 4학년 학생들이 용인캠퍼스 복수전공을 신청하려는 학생들 탓에 졸업하기도 힘들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며 “캠퍼스 어느 곳에서든 서울캠퍼스와 용인캠퍼스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학교 측은 너무 조용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외대 분교생 E씨는 “만약 제도를 악용하고 본교생처럼 사칭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학생의 개인의 문제”라며 “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마치 큰 문제처럼 확대해 분교생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분교생의 복수전공 논란에 대해 학내 구성원과 함께 정기적인 회의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본교와 분교 사이의 차별이 없이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교가 본교로 편입 돼 갈등을 겪는 대학도 있다. 동국대는 2007년 경주캠퍼스 법대를 폐지하고, 지난해 400여명을 서울캠퍼스 법대로 편입시키면서 본분교간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경주캠퍼스 학생이 학교 용역 직원에게 막말을 했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학내에 번지면서 같은 단과대에서도 본교와 분교로 나뉘는 일이 발생했다.

■ 본·분교 특성화 운영과 정체성 심어줘야 = 주요 대학의 본·분교 재학생 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본교와 분교는 같은 대학이기 때문에 졸업 후 동문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분교를 운영하면서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등록금 수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본·분교가 설치된 주요 대학 복수전공제도를 살펴보면, 분교생이 복수전공제도를 이수하려면 최소 1년이 소요된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2년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분교생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소 수십 명에서 수 백 명이다. 분교생이 4학기를 다닐 경우 학교 측이 벌어들이는 등록금 수입은 최대 수 십 억 원에 달한다. 각 학교들이 밝힌 인원과 등록금, 수업기간 등을 대입하면 고려대 약 3억3000만원, 한양대 약 2억5000만원, 연세대 약 9억원, 한국외대 약 20억원 등이다.

한 본교생들은 이 점을 들면서 “복수전공제도의 좋은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학문의 다양성이라는 취지보다는 분교생의 학벌세탁으로 변질됐다”며 “학교에서 본교 졸업증명서를 주면서 ‘학위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분교생에게 본교 졸업증명서가 발급되지 않는다면 1~2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관련 학사제도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매년 지방대가 갈수록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일부 주요 대학은 분교에 신입생을 유치하기 전과·복수전공·소속변경 등 다양한 학사제도를 홍보하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수험생이 가입한 한 포털사이트의 수능 카페에는 “분교로 입학한 후 본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느냐”부터 “분교에서 본교로 소속을 바꿀 수 있는 소속변경제도를 노리고 입학한다” 등 분교의 특성화 보다는 본교의 ‘네임밸류’만을 보고 문의하는 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일부 주요 대학이 복수전공이나 소속변경과 같은 학사제도를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이는 등록금 수입이나 지방학생 유치라는 면에서 접근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장기적인 비전속에서 꾸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며 “분교가 자리 잡은 지역과 손잡고 본교와는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분교의 정체성도 확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김재홍 기자>

 

이정혁 기자 (duncan21@unn.net) | 입력 : 11-01-04 오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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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loe 8학기에 대한 성적표를 제공합니다. 브라보 한국외대! 2011-01-12
1 Chloe 심지어 한국외대에서는 복수전공여부를 은폐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1학년성적을 아예 삭제해주어 20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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