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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학 시즌’ 애타는 지방대
줄줄이 떠나 가는데 오려는 학생은 없어
전문대학에 발품 팔고, 제자에 으름장도
“입학생 유치하는 것도 힘든데, 있던 학생들마저 줄줄이 새나가니 어떻겠습니까? ‘속이 타들어 간다’는 말로도 부족한 기분이죠.”

편입학 시즌을 맞아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들이 올해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재학생들은 우후죽순 더 좋은 대학을 찾아 떠나는데 남겨진 빈자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메우기 어렵다. 지방대 교수들이 전문대학에 ‘졸업생 보내 달라’는 청탁을 넣는 게 보편화되고, 자교 학생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으름장을 놓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 학생 찾아 전문대학으로 ‘발품’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편입학 원서접수를 앞두고, 전문대학을 찾는 지방대 교수들이 부쩍 늘었다. 지방대 교수들이 졸업을 앞둔 전문대학 학생을 편입생으로 끌어오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09년 재학생 중도탈락률 상위 10개 대학 중 9개가 지방 사립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대들이 편입생 유치에 얼마나 절박하게 매달릴지 알 수 있다.

수도권 한 전문대학 교수는 “학생들이 얼마나 없으면 전문대학까지 찾아와 사정을 할까 안타깝다”며 “우리 역시 1980년대 학생 충원이 어려워 실업계 고등학교를 쫓아다니며 원서를 받아본 적이 있다. 당시 한 고등학교 교무실 문 앞에 ‘전문대학 교수 및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서울 상위권 전문대학 교수는 “최근 몇 년 내, 편입 시즌을 앞두고 ‘학생들을 보내 달라’는 공문을 학교 차원에서 발송하는 지방대들이 크게 늘었다”며 “더불어 지방대 교수들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전문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전화, 방문 등의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지런히 공문을 보내고 발품까지 팔아도, 편입생 유치는 쉽지 않다. 지방대 교수들 사이에서 ‘신입생보다 편입생 끌어오는 게 더 어렵다’는 넋두리가 나올 정도다. 전남의 한 대학 교수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편입학이 ‘학벌 신장을 위한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지방 전문대학 학생들도 서울 4년제 대학, 국립대로 편입할 꿈을 꾸지 지방대로 올 생각은 아예 하질 않는다”며 “차라리 입시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신입학생을 유치하는 게 더 낫다는 마음이 들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 떠나는 학생 잡으려 으름장까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대 교수들은 제자가 더 좋은 대학에 편입하더라도 마냥 기뻐하고 축하해 주기가 어렵다. 특히 일부 교수들은 학생이 편입 준비를 위해 휴학하거나, 편입학에 성공해 자퇴하려고 할 때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지난해 전라도 H대에서 서울 S대로 편입한 안모씨(26)는 “2학년을 마친 후 편입 준비를 했고, 1년 만에 성공했다. 그런데 휴학·자퇴 서류를 꾸릴 때 교수님께서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아 속을 태웠었다”며 “교수님은 격려해 주기는커녕 ‘절대로 휴학·자퇴서류에 도장을 찍어 줄 수 없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화를 냈다. 며칠 동안 교수님 연구실·자택 등에 찾아가 울며 매달린 끝에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자퇴 서류에 도장을 찍어 주는 순간에도 교수님은 ‘네가 서울로 가서 얼마나 잘 되는지 두고 보겠다’는 악담을 퍼부었다”며 “교수님의 입장도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자가 열심히 노력했고 좋은 결과까지 얻었는데 너무하다는 원망이 아직까지도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남의 한 대학 교수는 “아무리 대학 상황이 어려워도 더 좋은 학교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제자에게 악담을 하는 교수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반박한 뒤, “제자들이 좋은 대학 편입 시험에 합격했다며 찾아올 때 자랑스러우면서도 가슴이 철렁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제자가 잘 됐는데 마음껏 축하해 줄 수 없는 우리들의 심정도 참 서글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근본적 변화만이 탈출구

지방대들을 가장 답답하게 하는 건 현재로썬 재학생들의 중도 탈락을 막으면서, 편입생을 유치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지방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근본적 인식 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학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생존·발전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전남의 모 대학 보직교수는 “편입생 문제를 포함, 현재 지방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실질적·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정부는 지방대 학생들도 국민의 일원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행·재정 지원을 확충해 주길 바란다. 제발 지방대의 절박한 비명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민현희·조용석 기자>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1-01-12 오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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