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대학행정

목록
프린트 스크랩
‘나 몰라라’하다 우범지역 된 캠퍼스
학생 사망·실종에도 이미지 상할까 무관심
실효성 없는 대처에 학내서 연쇄 성폭행도
최근 각 대학 캠퍼스에서 사망·성폭행 등의 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학부모들은 대학 측의 ‘나 몰라라’, ‘우선은 덮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태도가 사건 해결을 방해하고, 연쇄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현 상황을 모면하고 보려는 대학들의 얄팍한 꼼수가 학생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 재학생 사망·실종 … 학교는 ‘무관심’

지난해 11월 2일 새벽 5시 20분, 영남지역 K대 사범대에 재학 중이던 남학생 K씨가 기숙사 앞에서 피거품을 토한 채 시체로 발견됐다. 유족들에 의하면 K씨는 사건 당일 K대 주변 호프에서 같은 과 학생들과 술을 마시다 새벽 3시 33분 카드 결제를 했고, 3시 40분 학내에서 일행과 헤어졌다. 경찰 부검 결과 K씨는 이날 새벽 4시경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학내에 설치된 CCTV 수가 적어 K씨의 자·타살 여부, 사망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점. K씨의 유족은 “사건 발생 후 K대 캠퍼스에 설치된 CCTV를 봤으나, 어디에서도 K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K씨가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로에 CCTV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K씨가 어떻게 죽었는지 경위조차 파악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 캠퍼스에선 그동안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현재 CCTV 수가 많지는 않은 편”이라며 “K씨가 사망한 후에 캠퍼스 안전 강화를 위해 보완해야할 부분들을 찾았다.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해 CCTV 추가 설치 등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학이 앞으로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도, 유족들은 당장 K씨 사건의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 학교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K씨의 유족은 “학교는 단 한 차례도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거나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재학생이 캠퍼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대학은 너무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대 관계자는 “현재 학교 측에서 알고 있는 사실은 ‘K씨가 사망했다’는 것뿐”이라며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 학교가 무작정 행동부터 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항변했다.

캠퍼스 근방에서 실종된 후 4년이 넘도록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여학생도 있다. 지난 2006년 6월 6일 2시 35분경, 종강파티를 마치고 학교 앞 자취방으로 귀가하던 J대 수의과대 재학생 L씨가 사라진 것. 가족들은 정황상 평소 L씨를 짝사랑하던 K씨가 그녀를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했다고 추측하고 있으나 심증만 있을 뿐, 정확한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L씨의 생존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종 5년차를 맞은 현재까지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해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다”며 “명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때까지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L씨의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 수사가 무성의해졌고, 사건 해결도 더욱 어려워졌다고 비판한다. 더불어 캠퍼스 근방에서 재학생이 사라졌음에도 시종일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J대에 대한 원망도 깊다.

L씨의 가족은 “자기 학교 학생이 실종됐음에도 J대는 오로지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며 “대학 측은 유족들이 L씨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행여 이슈화돼 학교 이미지에 손상이 올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J대는 “L씨 실종 사건은 캠퍼스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J대 관계자는 “L씨 사건은 캠퍼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학교 측에 책임을 묻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J대의 의견에 대학생 자녀를 둔 일반 학부모들은 분노를 표출한다. 서울 S대 학부모 윤모씨(55)는 “대학에서 먼 곳이라면 모를까, 학교 주변 자취방에서 재학생이 실종됐다면 대학도 최소한 함께 찾아보려는 노력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입시 때는 다들 ‘내 자식처럼 사랑하며 가르치겠다’고 해놓고, 보내놓으면 딴 판”이라고 비판했다.

■ 캠퍼스서 ‘연쇄’ 성폭행 … 왜 못 막았나?

대학 측의 안일한 대처로 캠퍼스 내에서 연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특히 지난달 2일엔 호남지역 K대 캠퍼스에서 6년 여간 6차례의 연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관할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K대 한 여학생이 정문에서 기숙사로 향하던 중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버스 종점을 알려달라며 여학생에게 접근한 뒤 감사의 표시라며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넸다. 음료수를 마신 학생은 순간 정신을 잃었고, 성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K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신고는 지난 2004년 1건을 시작으로 2005년 2건, 2006년 1건, 2007년 1건 등 지난해까지 총 6건이 접수됐다. 성폭행 사건 발생 장소는 모두 기숙사 인근으로 지난해 11월 28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여학생 2명이 납치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저녁 8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K대에선 여학생 기숙사가 완공된 지난 2004년부터 매년 1~2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 측은 범행에 실질적으로 대비하지 않았다. K대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성범죄 사건 발생 후 건물 내부에 204대, 외부에 28대 등 총 232대의 CCTV를 설치했다. 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으나, 사건 다발 지역인 학생회관·기숙사 사이 길목에 설치된 CCTV는 고작 3대뿐이었다.

K대 관계자는 “사건 다발 지역, 야간 범죄 취약 지역 등을 조속히 파악해 학생들의 안전에 더욱 힘쓰겠다”며 “다양한 추가 대책들을 마련해 이 같은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재차 해명했다.

더불어 지난 10일에는 I대에서 최근 2개월간 2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밝혀졌다. 관할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0시 30분, I대 여학생 K씨가 캠퍼스에서 한 남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I대 캠퍼스에선 지난해 12월에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I대 학부모 최모씨(58)는 “딸 가진 부모로서 캠퍼스에서 성폭행 사건이 한 번만 발생해도 학교에 보내기 무서운데, 두 번이나 일어났다니 어떻겠느냐. 딸에게 다음 학기부터는 수업 끝나면 해 떨어지기 전에 귀가하라고 몇 번을 신신당부했다”며 “평소 대학이 학생들의 안전에 무심했기 때문에 결국 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정말 실망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I대 관계자는 “그동안은 대로변에만 설치돼 있던 CCTV·가로등을 숲이나 골목 등 범죄 취약지구에도 확대·설치할 방침이다. 더불어 캠퍼스 야간 순찰도 횟수·인력도 늘릴 예정”이라며 “다시는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민현희·이정혁 기자>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1-01-12 오전 10:00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