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대학가에 청소노동자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노조설립으로 갈등을 겪은 대학은 서울 지역만 해도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덕성여대·성신여대·동국대·홍익대 등이다. 그리고 대학 관계자들은 학내 여론이 학교·노조 간 문제 해결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 학내 여론, 문제 해결에 큰 역할 = 그동안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학내 여론이 큰 힘을 발휘했다. 최근 갈등이 해결된 곳은 동국대다. 지난 2일 동국대 측에서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노조에서 점거농성을 해제하면서 마무리됐다. 학내여론이 문제해결에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13~17일 5일간 서명운동에서 1만2000여명의 학생 중 9362명이 참여했다. 지난 2008년 동국대에서 등록금 인상반대 서명운동으로 2주 동안 5000명이 참여한 것과 비교할 때 학생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 김다임 청소노동자는 “학생들이 아니었다면 노조결성도, 고용승계도 없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했다.
고려대는 지난 2009년, 열악한 근로환경도 문제였지만 폐지문제로 갈등이 고조됐다. 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이 부족한 식대를 해결하기 위해 폐지를 모았는데, 용역업체에서 고소하겠다고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학생들의 서명운동이 시작됐고 점심시간, 3일 동안만 서명을 받았음에도 1만 명이 넘는 참여가 있었다. 성신여대도 지난 2008년 3일 만에 9000명 중 6500명의 학생이 서명에 참여했다. 여성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이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억압한다는 학내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연세대·이화여대·동덕여대·덕성여대 등에서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있다.
권태훈 공공노조 조직부장은 “총학생회 등 학생들이 청소노동자 문제에 우호적인 경우가 많다. 청소노동자 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학생들이 실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도 “학생들이 청소노동자 분들의 어려운 처지를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 홍익대, 여론 분열되며 장기화 양상 = 이에 비해 홍익대에서는 매우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와 노조 간 갈등상황뿐 아니라 학내 여론마저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심화돼, 재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이 졸업생-재학생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논쟁이 되는 부분은 ‘외부세력’ 논란이다. 외부세력으로 인해 일이 커지고 학교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주장과 사태의 본질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홍익대 커뮤니티 홍익인에 글을 올린 닉네임 ‘붉은참매’는 “학교 측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노동자 분들이 다시 직장을 찾고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했다.
▶ 홍익대 문헌관 1층 복도에 붙어있는 외부세력 패러디물
닉네임 ‘Mai1968’은 “청소노동자 분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의 개입에는 반대한다"며 “외부세력으로 인해 사건이 불필요하게 커졌으며, 과거에도 홍익대는 외부세력으로 인해 피해를 봤던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홍익대 총학생회는 ‘외부세력’은 나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6일에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 농성을 자제해 달라’며 노조 집회 중 난입, 논란이 확산됐다. 상황을 지켜보던 졸업생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했다. 지난 7일 홍익대 민주동문회는 총학생회에 항의 방문을 한 후 성명서를 발표했고 졸업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졸업생들은 재학생들이 학내문제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비판하고, 재학생들은 졸업생들이 사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나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운동권 선배라면 꺼져라’, ‘명함 내밀 정도로 성공한 선배도 아니면서 훈계한다’ 등 반응도 있었다.
자신을 96학번 선배라고 밝힌 졸업생은 ‘재학생, 너희들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다. 그 때 너희들이 말하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감정적인 논쟁에 선후배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홍익대생 박모씨(공과대학 4)는 “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후 문제가 해결됐다. 그런데 홍익대에서는 실제 행동보다는 감정적인 논쟁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 홍익대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닉네임 ‘백모군’은 “총학생회가 한 노력에 비해서 상황이 악화됐다. 또한 총학생회와 청소노동자 분들 사이에 신뢰가 무너진 것이 안타깝다.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