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연구재단 새 이사장으로 누가 선임될 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연구재단과 교과부에 따르면, 연구재단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지난 10일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끝내고 후보자 2명을 교과부에 추천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연구재단 이사장 공모에는 총 5명이 응모했으나,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58)와 윤덕용 KAIST 명예교수(신소재공학과·71)의 2파전이 예상된다.
학계에선 오세정 교수와 윤덕용 명예교수 모두 학술·연구 업적이 뛰어난 학자로 평가한다. 학문적으로 누가 탁월하냐를 따졌을 때 ‘백중세’란 지적이다. KAIST 고위 관계자는 “오세정 교수는 국보급 학자”라면서도 “그러나 윤덕용 교수도 학문적 업적이 만만치 않은 만큼 학문적으로 누가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세정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 자연과학대 기획연구실장과 자연과학대학장, 한국과학재단 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오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모두 수석 입학·졸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탠퍼드대 재학 당시에도 미국과학재단(NSF) 장학생 9명을 제치고 논문자격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바 있다.
윤 명예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웨인주립대 재료공학과 교수를 거쳐 1972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해 왔다.
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KAIST가 원장 체제이던 1995년부터 3년간 한국과학기술원장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천안함 침몰사건 민군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을 맡아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란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 둘 중 누가 연구재단 이사장을 맡더라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한 정부 출연연구원 원장은 “두 분 다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어느 분이 돼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렇듯 양 측의 경쟁에서 어느 한 쪽의 우위를 점치기가 어렵다. 다만 젊고 개혁적인 면에선 오 교수가, 연륜에선 윤 명예교수가 앞선다는 평가다. 이사장 선임과정에서 참신성과 개혁성에 무게가 실린다면 오 교수가, 행정 경험과 정치적 보은이 작용한다면 윤 명예교수가 유리하단 평가가 나온다.
한 KAIST 교수는 “백중세로 보이지만, 연구재단의 전신인 학술진흥재단의 사무총장과 한국과학기술원 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가진 윤 명예교수가 행정 경험에선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명예교수가 천안함 침몰사건 당시 민군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점이 인선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때문에 한 학계 관계자는 “임명과정에서 교과부장관의 의견이 중시된다면 오 교수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다면 윤 명예교수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연구재단은 지난 2009년 6월 학술진흥재단·과학기술협력재단·한국과학재단 세 기관이 통합돼 출범하면서, 재단 이사장도 대통령 임명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인선과정에서 청와대의 의중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전임 박찬모 이사장이 외압 의혹 등으로 물러난 만큼 이번에는 개혁성을 가진 인사가 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구재단은 진보적 성향의 교수들이 설립한 한 민간연구원이 인문한국(HK)지원사업 전문가심사에서 1위를 하고도 최종심사에 떨어지자 외압의혹을 받아왔다.
한 서울대 교수는 “전임 이사장 때의 일을 감안하면, 연로한 분 보다는 조직을 개혁할 수 있는 젊은 분이 낫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재단은 지난해 교과부 연구개발(R&D) 예산 4조3000억원의 62%인 2조7000억원을 집행했다. 그만큼 국가 R&D 발전에 중추적 기능을 하면서도 세 기관의 물리적 통합 이후 화학적 통합이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의 한 이공계 교수는 “학술진흥재단, 과학재단 등 세 기관이 통합된 이후 마찰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학적 통합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을 역임하고,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2위를 기록했다. 윤 명예교수는 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과 한국과학기술원장을 지낸 바 있다. 두 인사 모두 리더십 면에선 검증이 됐다고 봐야 한다.
연구재단은 지난해 12월 새 이사장을 공모하며 △전문지식과 식견 △기관경영에 대한 경륜과 덕망 △경영혁신 능력과 비전·리더십 △의사전달 및 대외활동 능력 등을 심사기준으로 제시했다. 후보자에 대해선 교과부장관의 임명제청을 거쳐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대통령이 임명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 지에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