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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냉풍에 대학재정 ‘꽁꽁’
적립금 빼 쓰거나 수백억 외부 차입도
교과부가 대학들에 3년 연속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면서 대학가가 꽁꽁 얼어붙었다. 거의 모든 대학이 긴축재정에 들어갔고, 적립금을 끌어다 쓰거나 수백억원의 차입을 하는 대학들도 부지기수다. 중장기 발전계획도 속속 차질을 빚고 있다. 그동안 “예산 부풀리기로 적립금을 쌓는다”는 비난은 3년째 동결 요구에 퇴색했다. 늘어나는 빚의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하자 대학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볼멘소리를 털어놨다.

■ 수백억 차입에 빚 늘어나=서울의 A대가 지난해 끌어다 쓴 돈은 모두 450억원에 달한다. 외부에서 운영하던 기숙사를 인수하는 데 300억원을, 대학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100억원을 차입했다. 약대 설립을 위해 적립금에서 50억원가량을 빼 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교과부에서 등록금 동결을 요청해 난감해하고 있다. A대 기획처장은 “한두 해 정도면 모르겠지만 3년 동결은 좀 너무한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대학에 대한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동결만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합리적인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전기금에서 100억원을 빼 온 서울의 B대 역시 올해 등록금 동결을 고심 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발전기금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중장기 발전계획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등록금 동결이 발목을 잡고 있다. B대학 기획처장은 “지난해 전임교수를 100명 가까이 채용했고, 올해도 그 정도 수준의 채용을 고려하고 있는데 돈이 없다. 기업들이 도와주면 좋은데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 악조건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나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C대는 사학진흥재단을 통해 100억원을 차입했다. 차입한 돈은 건축 중인 지하복합시설에 투자했다. 건축 비용이 200억원 규모인데 현재로선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돈을 빌렸다. C대 기획처장은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지난해에만 등록금을 3% 인상했다. 앞서 2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했는데, 당시 너무 힘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 등록금 동결로 사업 미뤄=수도권과 지방대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의 D대 역시 3년 연속 등록금 동결로 300억원가량 예산 차질을 빚었다. 그렇지만 매울 곳이 없어 여기저기 돈 빌릴 곳을 물색 중이다. 우선 사학진흥재단을 통해 150억원을, 재단 적립금을 200억원을 빌릴 계획이다.

E대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기숙사 등 건물 신축·보수를 위해 사학진흥재단에서 100억원을 차입했다. E대 기획처장은 “우리와 같은 지방 중·소규모 사립대는 기본 재산 외에는 재정이 부족하다”면서 “차입을 받아도 현재 빈 재정을 채울 방도가 없어 중요한 사업들을 대부분 미뤘다. 등록금을 동결하려면 결국 모든 사업을 뒤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 교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걱정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도권의 F대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적립금 80억원을 빼서 투입했다. F대 기획처장은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예산 압박이 심해 올해는 올릴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정작 공무원들 급여는 인상해 놓고 대학에만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니 너무하다”고 밝혔다.

■ 긴축재정에 ‘대학 후퇴’ 우려=차입을 하거나 적립금에서 빼오는 경우에 대해 대학들은 조심스런 태도다. 적립금은 목적성 예산이어서 함부로 쓸 수 없으며, 차입도 향후 정산을 고려하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허리를 꽉 졸라매는 방법밖에 없는데, 내부 불만이 거의 폭발 직전까지 달한 상황이다.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 강의동 착공을 미뤘다”고 밝힌 H대의 기획처장은 “‘올해 공무원 급여가 5.1% 인상됐는데 우리도 올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노조 압력이 이만 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요구로 2년 연속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 혜택도 없었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만 좋지 않았느냐”며 “이젠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불만과 함께 대학의 미래를 위해 등록금 동결만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올해부터는 등록금을 동결하지 않더라도 적립금을 빼서 써야 할 상황”이라고 밝힌 I대 기획처장 역시 “정부 등록금 동결 압박에 대해 이해하기도 하지만, 너무 근시안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변화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당장 5년 후, 10년 후부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투자를 해 학과 개편, 전임교수 채용, 시설 마련 등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의 기획처장 역시 “긴축으로 외부 차입은 막았지만 지난 2년 동안 대학 발전에 대한 모색은 할 수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학들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1-01-14 오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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