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 송아영 기자]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시간강사 제도를 폐지하고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대학들은 오히려 시간강사 수를 줄일 전망이다. 특히 올해 정부가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면서 재정적으로 더 힘들어졌다는 게 주론이다.

19일부터 시작된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동계세미나에 참석한 교무처장들은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대해 모두 공감하지만 “재정이 문제”라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시간강사에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강의료를 인상하기엔 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남인길 대구대 교무처장은 “기본적으로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그러나 사립대에 정부의 예산 지원없이 개정안을 무작정 따르라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양은미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무처장도 “규모가 작은 사립대는 재정이 훨씬 열악하다”며 “1년살이로 꾸려가는 실정이라 시간강사 처우는 아직 논의도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립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받지만 사립대보다 등록금이 저렴한데다 국립대로서 정부의 방침을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임병국 충주대 교무처장은 “사립대는 권장 수준이지만 국립대에겐 강제성을 띈다”며 “재정이 어려운 건 국립대도 마찬가지다. 재정적 배려가 없다면 시간 강사를 줄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금오공대도 국립대로서 정부의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지수 교무연구처장은 “우리 대학은 전국 대학 중 가장 등록금이 저렴한 대학이다. 재정적으로 굉장히 열악하다”며 “정부의 시간강사 처우 개선안에 따르더라도 전국국공립대교무처장협의회 등을 통해 정부에 행·재정적 지원 등을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 약발을 다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등록금 동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실제로 시간강사는 줄이고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겠다는 대학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준성 숭실대 교무처장은 “정부의 개정안에 따라 준비 하곤 있지만 어느 정도의 정부 지원은 필요하다”며 “재정 지원이 없다면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시간강사를 줄이고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늘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박봉두 동의대 교무처장도 “등록금 동결로 재정도 어려운데 시간강사 처우 개선까지 고려하려면 시간강사 채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이 시간강사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되풀이 됐다.

박종희 울산대 교무처장은 “시강강사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히 1년 계약이 시간강사에겐 불리할 수 있다”며 “기존에 시간강사들은 다른 과목을 각각 다른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재정적 부담으로 시간강사에 대한 수요가 줄고, 더욱이 계약기간이 1년 단위로 바뀌면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