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위 도입 첫해 ‘예고된 진통’
서울대, 고려대 등 등심위 구성 논란 이어져
교과부, 시행령 늦게 보내 대학들에 구실 줘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도입 첫해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가 등심위 구성 시 교직원·학생·전문가 중 어느 한쪽 비율이 50%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만 두고, 나머지는 개별 대학에 맡기면서 등심위 구성이 지연되는 등 내홍이 이어졌다. 등심위 참여 학생 비율이 낮은 점 때문에 총학생회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21일 파행을 맞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 등심위가 대표적 사례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대학측이 내놓은 ‘교직원(2):학생(2):외부 전문가(2):학부모(1)’ 안 대신 ‘교직원(3):학생(3):외부 전문가(2)’ 안을 제시했다. 학부모 명목으로 들어오는 기성회 이사를 제외하고 양쪽 균형을 맞춘다는 취지였으나 대학측이 거부해 등심위 구성이 결렬됐다.
앞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는 등심위 구성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총학생회측은 “학교측 5명, 학생 대표 4명, 외부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됐다. 학교측과 학생 대표 비율을 4대 4로 동일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대 학생들도 등심위 재구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측의 ‘교직원(3):학생 대표(2):외부 전문가(2)’ 구성안과 간사·서기 명목으로 학교측 관계자를 추가 참석시킨 것에 항의했다.
외부 전문가 임명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의사결정권을 갖는 외부 전문가를 학교측이 임명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측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협성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총학생회는 학생측과 학교측이 각각 전문가 1명씩을 임명하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측이 2명을 모두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협성대는 지난 17일 열린 등심위에서 투표 결과 6:4로 등록금 3.43%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등심위 구성 비율을 놓고 공회전을 거듭하던 고려대는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올해 외부 전문가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직원(6):학생(6):외부 전문가(1)’로 구성하고 전문가에 대해서는 '선 총장 추천, 후 등심위 논의'하기로 했다.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오는 25일까지 등록금을 결정하는 일정상 전문가 참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학교측이 1차 등심위에서 5.1% 인상안을 제시해 전문가 참가 여부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서강대는 학생 대표 구성이 문제가 됐다. 등심위 참여 학생 대표 3명이 학부, 대학원, MBA 대표 각 1명씩 배분됐다. 총학생회 이준용 연대사업국장은 “학생 수와 등록금 총액에서 학부생이 가장 높은데 이런 구조에서는 학부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며 “학생 대표 비율이 재구성될 때까지 등심위 참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등심위를 구성했더라도 속내를 살펴보면 ‘유명무실’하다는 게 학생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조우리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등심위 구성을 요구했는데 등록금 책정 5일 전 등심위를 처음 열었다”며 “학교와 학생 6인 동수 구성은 성과지만, 학교는 여전히 등심위를 학생 의견을 듣는 자리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아니라면 각 대학에 맡긴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등심위 구성에 개입하는 것은 대학 자율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교과부 강병삼 대학장학지원과장은 “정부는 대학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세부 내용은 학내에서 대화로 풀며 의견차를 좁혀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제도 도입 첫해에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등심위 설치에 따른 진통은 예고된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등심위 설치 규정이 확정됐음에도 교과부가 시행령을 뒤늦게 내놔 대학들이 등심위를 졸속으로 꾸리는 빌미를 줬다는 얘기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2월까지 등록금 상정을 마쳐야 하는 대학에선 등심위가 1~2번 형식적으로 열리고 끝날 것”이라며 “등심위 도입 자체는 중대한 변화지만, 안고 있는 실질적 문제점들을 고칠 필요가 있다. 학생 대표 동수 보장을 비롯해 등심위 파행에 따른 행·재정적 제재가 가능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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