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대법인화법 통과 뒤 국립대들의 관심은 법인화에 쏠려있다. 지역거점 대학들은 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수사회를 설득하는 게 문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립대는 생존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불안하다. 20~21일 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총장들로부터 법인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경북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은 내부적으로 ‘법인화 추진’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성원 설득이 관건이다. 송용호 충남대 총장은 “국립대 체제를 외부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화하려면 법인화로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이 많은 교수사회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거점 국립대 총장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A대 총장은 “정부의 법인화 방침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수사회의 반대가 문제”라며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 재정지원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확신이 서야 교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국립대는 고민이 많다. 장병집 충주대 총장은 “서울대법인화법 통과로 국립대 총장들 사이에선 법인화가 대세라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거점 국립대나 대도시에 속한 대학의 경우 자산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재원확보가 가능하지만, 지방에 있는 중소규모 대학들은 법인화 이후 생존이 가능할 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처럼 법인화로 자산을 무상양도 받아도 지방 중소규모 대학들의 경우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충주대와 비슷한 규모의 국립대들은 법인화에 대해 ‘조건부 찬성’ 내지는 ‘연구·검토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등 일부 거점국립대의 법인화 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송 강릉원주대 총장은 “일단은 법인화법안이 통과된 서울대와 법인화를 추진 중인 경북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의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며 “이들 대학들이 법인화 이후 자율성과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확보한다면 법인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향진 제주대 총장도 “현재 법인화의 장단점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먼저 법인화에 대한 구성원 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재정과 입학에 대한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 총장은 “법인화가 되면 등록금을 오를 수 있고, 이럴 경우 우수인재 유치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8월 말 나올 예정인 법인화에 대해 종합 연구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