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이후 등록금이 올라간다면 그건 확실한 실패라 할 수 있다. 법인화 후 등록금 안 오른다고 내가 장담한다.”(박성현 전 서울대 법인화위원회 공동위원장)

“새롭게 구성된 서울대 법인의 중심은 학내외 인사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되며, 총장직선제는 자동 폐기될 것이다.”(박배균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찬반 토론이 김상희 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28일 국회에서 열렸다. 서울대 법인화법 통과 이후 처음 열리는 토론회에는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법인화를 이끌었던 박성현 전 서울대 법인화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법인화 통과 이후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법인화반대위원회 측이 나와 △법인화 통과의 과정 △지배구조의 개편 △등록금 인상과 기초학문 고사 △대학의 자율성 파괴 등을 주제로 서로 ‘혈전’을 벌였다.

찬성 쪽 발제를 맡은 박 전 공동위원장은 ‘서울대학교 법인화 추진과정의 쟁점과 시사점’을 주제로 ‘서울대 법인화 대세론’을 주장했다. 박 전 공동위원장은 법인화 추진 배경과 관련 “서울대가 처한 상황에서 법인화는 기회”라면서 “최근 대학에 자율성 부여하는 법인화 추진이 대세”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아닌,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교수들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시행령 등을 통해 총장선거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보완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재부·교과부 차관이 이사회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기재부와 교과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차관이 이사회에 들어오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이사회에 포함 된 거다. 그걸 정부의 간섭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서는 “법인화에 따라 등록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고 밝혔다. 기초학문 고사에 대해서는 “법인화 하면서 고심한 부분인데, 서울대는 우리나라 대표 대학으로서 모든 기초학문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기초학문이 고사된다면 뭐하러 법인화를 하겠느냐”며 “기초학문 보호는 시행령에서 구체적 명기하고 있으며, 그런 방향으로 현재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학의 자율성과 관련해서는 국립대학법인(특수법인)으로 출범한 울산과기대의 예를 들고 “자율적으로 잘 하고 있는데, 만약 법인으로 출발하지 않았으면 교수도 제대로 뽑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또 “법인화가 위험하니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데 나는 이 길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전국의 국립대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법인화가 통과했으니 서울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박배균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서울대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법인화의 핵심은 대학지배구조의 변경”이라고 주장했는데, 새롭게 구성된 법인의 중심은 학내외 인사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되며, 총장직선제는 자동 폐기될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법인화를 통해 대학이 발전했다는 주장은 허구”라면서 “예를 들어 싱가폴 국민대는 법인화가 돼서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법인화 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하나 밖에 없는 종합대학이었고, 정부가 이에 대해 많은 지원, 이른바 ‘몰빵’을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법인화 이후 문제에 대해 대학 경쟁력의 약화, 고등교육의 공공성 파괴, 등록금 인상과 기초·순수학문의 고사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대학 민주주의의 파괴와 대학의 자율성 훼손을 문제 삼았다.

법인화법 통과 반대쪽 토론자로 나선 김필동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재부·교과부 차관의 이사회 포함과 관련한 박 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협조를 위해 기재부와 교과부 차관이 이사회에 들어오도록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상황에서야 협조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그들이 자율을 허용하겠느냐”면서 “그렇다면 굳이 이사로 받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법인화가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인화를 하나 만들어놓고 대학들이 선택할지 말지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등록금 동결과 총장의 학장 지명제 등에 대해 교과부가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주는 게 법인화라면 자율을 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국립대 자율성 깎고 통제할까에 골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박 전 공동위원장의 의견에 맞서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최 교수는 “이사회의 지배구조가 동경대처럼 내부자가 아니라 왜 외부자 위주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면서, 총장선출 방식에서 직선제와 법인화가 얼마든지 양립가능하다며 간선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수익사업에 대해서는 “미국 대학에서 수익사업으로 가장 재미를 보는 버클리대학조차 대학재정에서 2% 남짓이고, 오랜 경험을 가진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면서 “서울대가 수익사업을 하면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등록금과 관련해 학비부담 최소화를 법으로 보장한다 했는데, 정부의 지원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등록금 인상 말고는 이렇다할 방안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찬성쪽 토론자로 나선 오태석 교과부 대학선진과장은 등록금 인상 문제에 대해 “서울대 법인화법 제29조와 30조에는 ‘국가는 교육의 질 향상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서울대에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이에 대해 “어느 법 조항도 이런 식으로 기재하지 않는다.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정도라면 모를까, 이렇게 법 조항에 의무를 명시한 것은 그만큼 발전을 보장한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등록금 인상과 기초학문 우려에 대해서도 “서울대는 국립대에서 국립대 법인격으로 탈바꿈 하는 것이고, 여전히 국립대의 공공성과 이에 따른 책무성은 요구된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 과장은 “서울대 법인화법의 부족한 부분은 시행령을 통해 고치겠다”면서 “2월 중에는 이를 입법예고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