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0일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한국연구재단 제2대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국연구재단은 미국의 NSF와 같은 선진 연구지원전문기관을 지향하며 2009년 6월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하여 야심차게 출범한 기관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설립 목표는 인문, 과학기술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간의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며, 미래 융합기술 분야에 있어 전문가를 육성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설립 이후 연구지원 시스템의 효율화를 통해 중복지원 문제의 해결, 연구과제 접수 및 양식의 통일로 연구자 편의성 증대, 인문 및 이공계 학문 간 정보공유 및 협력으로 미래·융합 연구의 기틀의 마련 등은 통합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은 유사 기능을 통폐합하고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중심의 전문 조직으로 재편하고 각종 학술연구지원 사업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학계의 높은 기대를 안고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은 통합의 후유증과 불안정한 조직 등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고, 초대 이사장의 중도하차로 4개월 이상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런 상황에서 탁월한 과학자이자 과학기술계의 신망이 높은 신임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선임은 한국연구재단의 재도약과 이공계 활성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 이사장의 부임 이후 한국연구재단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연구재단은 우선 오랜 이사장 공백과 기관 통합의 여러 후유증을 추스르기 위하여 하루빨리 조직을 안정시키고 실질적인 통합을 완성시켜야 한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은 기초학문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지켜주는 보루이자 기초과학의 핵심 지원기관으로서 보다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연구의 자율성과 탁월성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형 연구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상향식 (bottom-up) 지원 방식의 확대, “풀뿌리”연구의 지속적 강화, 그란트 (grant) 방식 지원의 도입,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지원·관리체제, 질적 평가 제도의 확립을 추진하여야 한다. 특히 기존의 “연구비 따기” 경쟁에서 “창의적 인력양성“ 경쟁으로 지원의 물꼬를 틀고, STEM 등 수학과학교육을 지원하는 등 이공계인력 양성체제의 기획 및 실현에도 핵심적으로 기여하여야 한다.
한국연구재단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신뢰성과 공정성의 담보가 중요하다. 또한 기초연구의 경우 지원 주제와 방식에 있어 좀 더 과감해질 필요도 있다. 특히 미래를 내다보고 우수한 신진과학자가 초기부터 도전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잠재성이 크지만 위험이 높은 과제도 지원하여야 한다. 한편 열린 시각으로 세계 각 국의 국경을 허물고 기후변화, 에너지 등 글로벌 이슈에도 기여하며, 학문간 벽을 허물어 ‘무늬만 융합’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융합을 통해 학문간 시너지가 극대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연구 기획역량의 강화, 출연금 방식 일괄지원, 그리고 국과위 개편 시 기관 자율성과 대표성 확보 등도 한국연구재단이 세계 일류의 선진 연구지원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은 과학자들의 활동의 중요성을 일반인에게 잘 알려, 국민 세금 지원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학생들이 이공계에 관심을 갖도록 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오세정 이사장의 선임으로 한국연구재단에서 점화된 이공계 희망의 불씨는 이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과학기술계 전체로 향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여망을 담아 국과위의 새로운 이공계 리더쉽의 조속한 확립과 한국연구재단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이공계 활성화 대책이 수립, 실현되어 “이공계 르네상스”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