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일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의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충청권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 기반을 둔 대학들이 이를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로 규정하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좌담회에서 “국무총리가 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하고 그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며 “백년대계이니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이 (결정)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선정을 약속한 대선 공약을 뒤집는 발언이란 지적이 이어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간 여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백지화 발언이 간간히 나왔지만, 원점 재검토 입장이 대통령 발언을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를 ‘득표용’이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선거 유세 때 충청도에 가서 얘기했으니까 표 얻으려고 내가 관심이 많았겠죠”라며 “국회가 통과시킨 과학비즈니스 특별법은 올해 4월5일 이후 유효하다. 이후 추진위원회가 발족돼 부지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에 대해서도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는 한나라당 대선공약집에 포함돼 있다. 과학벨트 조성 항목 중 ‘행복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의 BT·IT 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충청권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특히 과학벨트 유치 여하에 따라 대학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이 지역 대학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 이 지역의 한 국립대 A교수는 “논어에 보면, 공자가 자공에게 정치의 요체를 식량·국방·믿음이라고 교시하면서, 요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경우 국방과 식량은 버릴지언정 믿음만은 꼭 붙잡고 있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공약을 뒤집고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면 누가 지도자를 신뢰하고 따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A교수는 “광주나 대구에도 연구단지가 조성됐지만, 대덕 연구단지만큼 역사가 오래되지도 세계적이지도 않다”며 “대덕연구단지와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는 충청권이 과학벨트 입지의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AIST 교수는 “초등학생에게도 뭐 사주겠다고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부모가 신뢰를 잃는다. 국민에게 공약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그 이상 할 얘기가 더 뭐가 있겠나”라며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를 비판했다.

이 지역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도 “이미 대덕연구단지에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기업 연구기관이 모여있고, 오송·오창에는 BT단지, 천안에는 반도체산업단지 등이 밀집돼 있다”며 “과학벨트가 조성된 뒤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충청권에 유치돼야 한다. 연구기반이 조성된 곳에 과학벨트가 들어와야 투입된 예산에 대한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미 지난 2010년 1월 11일 세종시가 과학벨트의 거점지구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교과부가 발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이미 도시기반계획이 완성되어 있어서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건설을 즉시 시작할 수 있고 △인근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한 발전이 용이하며 △전국에서 2시간 내 접근이 가능해 주요 도시의 대학·연구기관·기업과의 상생발전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이 지역을 최적지로 판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