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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못 말리는 치맛바람
대학생 학부모의 전화·방문 다반사...이유도 가지가지
“부모-자녀 스펙 쌓기 2인 1조”

# 수도권 소재 A대 불문과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최00 씨는 “우리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이렇게 모른척해도 되느냐”라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의 학부모 전화를 받았다.

# 서울 B대 국문과 사무실에 근무 중인 유00 씨는 수강신청 시즌이 두렵다. 과사무실에 전화를 건 학부모들의 “우리 딸이 한 과목을 수강 신청하지 못했다. 교수에게 인원을 늘려달라고 말하려고 하는 데 교수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라는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남궁산

대한민국 ‘치맛바람’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성의 전당인 대학까지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학과 사무실로 부모가 전화를 거는 일은 다반사고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잦다. 예전에는 피치 못 할 상황을 제외하고 대학교를 찾는 부모가 없었으나, 요즘은 수강신청·졸업요건 등 학사 일정과 학생 개인적 문제로 찾아오는 부모가 늘고 있다.

A대에 근무하는 최 씨는 “(자식이 들어오지 않아) 걱정되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학과사무실에서 학생 하나하나가 어디에 가는 지까지 조사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B대의 유 씨 역시 곤혹스런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학과 방침이 절대 교수님 전화번호를 외부에 알려주지 못하게 돼 있다. 또 인원을 절대 늘릴 수 없는 수업이 있는데, 자녀를 그 수업에 넣어달라며 억지를 부리시는 분들이 점차 많아져 얼굴 붉히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학부모들 때문에 과사무실 업무가 마비되거나 학교 본부까지 곤란을 겪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수도권 소재 C 대 경상대학에 근무하는 윤00 씨는 지난해 30분 넘게 한 학부모와 통화를 하느라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었다. 학부모 질문의 골자는 “해당 학과 교수들이 유명한 사람들인지 연구 실적은 어떤지”였다. 윤 씨가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윤 씨는 “자녀 대신 직접 수강신청지도를 받겠다는 부모도 있었다”며 혀를 찼다.

B대 이00 씨는 딸의 졸업 문제로 교무처까지 전화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학부모를 잊을 수가 없다. 이 씨는 “졸업 논문 마감 기한이 3개월이나 지났는데 (논문을) 가져와서는 졸업 시켜달라는 학부모가 있었다. 이미 논문 심사도 끝났고 졸업 대상자도 정해진 상황이어서 졸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학생의 어머니는 결국 교무처의 승인을 받아냈고 해당 학생은 그 학기에 졸업했다. 이 씨는 “나쁜 선례를 만들어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학가 치맛바람의 원인은 대학생들이 몸은 성인이 됐지만,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한 탓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혜영 선임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재 우리 사회는 가족을 이용해 교육기회를 최대화하려고 한다. 부모의 정보력과 훈육 방식을 잘 수용한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된 구조”라며 “자식이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그 삶을 디자인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서 대학에 온 대학생들은 ‘심리적 이유기’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부모-자녀가 2인 1조로 자녀의 성공을 이루는 일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윤수경 기자 (skyoon@unn.net) | 입력 : 11-02-15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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