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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인상 도미노, 대책 없나
동국대·건국대·세종대는 4%대 인상률
유명무실 등심위 개정안 발의 준비중

서울 주요 사립대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며 개강을 앞둔 대학가의 등록금 투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마지노선으로 제시된 3% 인상률을 넘어선 대학들도 나와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첫 시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의 무력화도 논쟁거리다. 정치권은 등심위 관련 개정안을 발의 준비 중으로 또 한 번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지노선’ 3% 인상률 넘긴 대학도 =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려대·한양대·서강대(2.9%)와 성균관대·중앙대·경희대(3%) 등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들이 인상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하나 같이 “그간의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시한 일종의 ‘마지노선’인 3% 이내 인상률을 웃도는 대학들도 눈에 띈다. 4.9% 인상을 고지해 최고 인상률을 보인 동국대를 비롯해 건국대는 4.7%, 세종대는 4.5%로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이들 대학 재학생들은 “동결은커녕 4%대 인상을 결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되자 각 대학 총학생회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움직이고 이어지고 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과 삼보일배 투쟁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18일에는 등록금 인상 반대 내용이 담긴 현수막 훼손에 대해 대학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현 총장과 내달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총장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지난 14일 본부 측 항의 방문을 진행했고, 고려대 총학생회는 비상학생총회를 열어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올해 총학생회가 세워지지 않은 건국대는 학내 대자보 등을 통해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으며 4.5% 인상안에 합의한 세종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 “등록금이 물건값 흥정이냐” 반발 = 특히 등록금 인상률을 내정한 것보다 높게 공표한 뒤 학생들과의 절충을 통해 내린 것으로 ‘포장’했다는 의혹을 받은 대학들이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학 입장에선 ‘협상의 기술’을 발휘한 셈이지만, 학생들은 “물건값 흥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확한 등록금 산정에 근거한 인상률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등심위에서 줄곧 5.1% 인상안을 얘기하다 결국 2.9% 인상을 고지한 고려대가 대표적이다. 애초부터 고려대는 3% 이내 인상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 회장인 이기수 총장이 ‘3% 이내’ 발언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려대 측은 등록금 협상 결렬 후 학생 대표들을 불러 3% 인상안은 받아들이겠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4.5% 인상에 합의한 세종대도 당초 8% 인상안을 내놨었다. 세종대 측은 “이전 3년간 등록금을 동결한 데다 서울 주요 대학에 비해 등록금 자체가 싼 편”이라고 해명했지만, 8% 인상은 등록금 상한제에서 정한 인상률(5.1%)을 훨씬 웃도는 수치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협상용 카드’였다는 비판이 계속해 나오는 이유다.

학생들은 대학 본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처음부터 객관적 자료에 의한 등록금 산정이 아닌 생색내기를 염두에 둔 인상률 제시였다는 게다. 고려대생들은 “원래 2.9% 올리려고 했는데 상한액을 제시한 후 선심 쓰듯 내리는 예상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고, 한 세종대생 역시 “8%와 4.5%의 간극이 너무 크다. 원래 예상보다 훨씬 올려놓고 깎아준다고 생색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등심위 무력화… 대책 마련에 부심 = 더 큰 문제는 등심위 자체의 무력화다. 등록금의 동결·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등심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대학이 많아 대학 본부 입장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정치권에서도 등심위 관련 개정안을 발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대부분 대학은 등심위를 학생 의견을 참고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여 효력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학교 측 대표가 다수를 차지하는 등 객관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성신여대의 경우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총장이 등록금 동결을 공표하는 등 등심위의 의결권은 전혀 없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도 17일 성명을 내 “대학들은 등심위 학생 대표 비율을 1~2명으로 제한하고, 등록금 산정 자료 요청도 무시하기 일쑤였다”며 “그럼에도 교과부는 등심위 도입 첫해 관리·감독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 민주적 등록금 논의 절차로 기대를 모았던 등심위가 유명무실해졌지만 무대책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때문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상희 의원(민주당)이 발의 준비 중인 개정안 내용이 주목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등심위는 ‘등록금산정위원회’로 명칭을 바꿔 실질적 의결권을 갖는다. 현행 등심위 규정이 한쪽 추천 비율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것만 정한 데 반해 개정안은 학생·학교 측 구성비를 동수로 하고, 외부 전문가도 양쪽이 동수 추천토록 했다. 자료 요청권을 갖고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하며, 합의에 실패하면 전년도 수준 등록금으로 정해지는 내용이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1-02-21 오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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