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사회

목록
프린트 스크랩
김상배 칼럼
김상배
한국대학신문 논설
[김상배 칼럼] 아주대 전자공학부 교수
스티브잡스 만들 공학교육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 Apple의 최고경영자이자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자의 대명사다. 또한 그 이름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왜 스티브 잡스가 없을까’ 한탄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스티브 잡스를 만들었을까? 먼저, 미국이 아니었더라도 스티브 잡스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은 단연코 ‘아니오’다. 미국이 컴퓨터 관련 기술 패권을 쥐고 있을 때 그 주역의 한 명으로서 활약했던 경험이 없었더라면, 현재의 스티브 잡스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 존재하는 첨단 기술의 큰 시장과 시장지배력도 스티브 잡스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잡스와 비슷한 경력의 모든 미국인이 그러한 성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잡스의 개인적인 능력과 그가 받은 교육이 오늘의 스티브 잡스를 만드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었음이 분명하다.

먼저, 엔지니어인 그가 깊은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하였지만, 그가 다녔던 Reed 대학은 대표적인 liberal arts college로서, 특히 1학년의 인문학 과정, 4학년 과정의 논문연구, 토론식 수업이 유명하다.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 훈련을 시키는 곳임을 표방하는 대학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수업이 이루어지는, 생각하는 힘과 글쓰기를 강조하는 그러한 대학이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 사용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태도, 스토리가 중요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회사를 이끌었던 것, 프리젠테이션의 천재라 불리는 밑바탕에는 대학에서의 이러한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어느 기술이나 제품의 가치를 창출하고 평가하는 능력은 그 기술이나 제품과 관련된 폭넓은 지식에서 비롯된다. 혁신적인 제품은 그 제품의 의미나 가치를 보는 안목에서 비롯되고, 그 의미나 가치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잡스의 첨단기술에 대한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도 전자분야의 혁신적인 제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자분야 첨단기술의 산실인 Hewlett-Packard사에서 강의를 듣고 여름방학 인턴 생활을 하였던 경험들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의 스티브 잡스는 가능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기술패권과 시장 장악력을 모두 갖춘 기술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스티브 잡스가 가능한 방향으로. 이미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스티브 잡스를 가능하게 할 공학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러한 공학교육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 기본은 많은 공과대학들이 운영하고 있는 공학교육인증제도에 충실한 교육제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인문학교육의 대폭적인 강화가 필요하다. 사람에 기초하지 않은 기술과 제품이 성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문학적 가치판단 능력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안목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또, 지금과 같은 강의실 분위기, 즉 학생들이 수동적인 지식 전수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은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Reed 대학처럼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학생들이 지적훈련을 하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을 어려서부터 첨단 기술에 노출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 근본 이유가 졸업생들을 전문가로 성장시키기 위함임을 생각하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의 즐거움을 바탕으로 스스로 배우는 능력, 즉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배양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강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의 의미와 가치를 볼 수 있는 안목과 자신의 분야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성장하는 전문가, 바로 스티브 잡스의 필요조건이다.
김상배 칼럼 | 입력 : 11-02-21 오후 5:27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