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이 대학 강단에 선다.

대구가톨릭대는 2일 이번 학기 시작하는 ‘다문화인의 삶과 꿈’교양강좌의 3개 분반을 개설해 결혼이주여성 13명에게 강의를 맡긴다고 밝혔다.

9일 일본 출신 게이코 씨(50)를 시작으로 13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차례로 강의를 맡게 된다. 1인당 총 강의시간은 6시간이다.

강의내용은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에 와서 경험한 내용 △자국과 한국의 사회?문화적 차이 △한국에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함께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는 수강생들이 결혼이주여성을 통해 외국 문화와 우리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우리 문화를 재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명현 다문화연구소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의 강의를 통해 수강생들이 한국사회의 특수한 다문화 현상과 다문화가족의 현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지난해 12월, 강의 준비를 위해 50시간에 걸친 ‘다문화 대학 특강 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했다. 이들은 다문화연구소 교수들로부터 △한국사회와 대학문화 △언어와 언어교수 교육 △팀 티칭(teaching) 교수법 △교안 작성 △강의 시연 △효과적인 강의 설계와 실행 등의 교육을 받았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중국·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홍콩·일본·키르기스스탄 등의 국적을 가졌고,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5~20년 정도 됐다.

학교 측 관계자는 “자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영어교사, 간호사, 음악가 등 전문직으로 활동한 사람도 있다. 또 대부분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강의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음 학기엔 분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지 6년 된 아이다 씨(28)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게 긴장되지만 고국의 문화를 한국에 알릴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며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가톨릭대는 이번 학기 ‘다문화인의 삶과 꿈’, ‘한국사회와 다문화’, ‘21세기와 다문화’ 등 6개 다문화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