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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당근’과 ‘채찍’ 정책 병행
어학성적·수상실적 전형요소로 활용 대학 첫 제재
서울대·고려대·가톨릭대·KAIST·GIST 지원금 환수
“예산 증액, 입학사정관 정규직 확대” 당근도 제시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정착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제도의 ‘확산’ 보다는 ‘내실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 공통기준 도입 이래 첫 제재=지난 10일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을 지키지 않은 대학들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지난 2009년 3월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이 도입된 뒤 이를 지키지 않은 대학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과부와 대교협은 이날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수시·정시 모집요강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에 선정된 60개 대학의 전형을 점검, 공통기준 준수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점검 결과 서울대·고려대·가톨릭대·KAIST·광주과기원 등 5개 대학이 제재를 받게 됐다. 고려대와 광주과기원은 지난해 사업선정 시 전형내용을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맞게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고려대를 포함해 가톨릭대·서울대·KAIST 등 4개 대학은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교과부 대입제도과 송선진 사무관은 “공통기준에서 주요전형요소로 활용하지 못하게 한 어학성적, 교외 수상실적 등을 학생들로부터 제출받아 제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대교협이 내놓은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은 사교육 완화를 위해 △공인어학성적 △교외 수상실적 △영어 구술·면접 점수 등을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지난해 11월 수시모집 요강 중 입학사정관전형인 ‘세계선도인재전형’의 제출 서류에 ‘공인 외국어 성적, 수상 증빙’을 포함시켰다. 면접고사에서 ‘외국어 능력(에세이 작성 능력 포함)을 테스트할 수 있음’이란 내용도 문제가 됐다.

■ 어학성적·수상실적 제출받아=KAIST와 광주과기원(GIST)은 공인어학성적을 ‘선택서류’로 제출받아 적발됐다. KAIST 입학사정관실 윤달수 팀장은 “2011학년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어학 우수성을 입증할 자료로 공인어학성적을 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그간 KAIST 입시를 준비해 오던 학생들의 반발을 고려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제출받았는데 문제가 된다면 내년부터는 이 부분을 아예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과기원(GIST)도 공인영어성적을 선택서류로 제출토록 했다. 신석 입학사정관은 “외국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성적표나 증명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며 “공인어학성적을 내라는 말이 아니고 외국어 능력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료로써 받는다는 뜻이었지만, 이런 해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음대 입시에서 교외 수상실적을 요구했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전형실 교수는 “음대에서 콩쿨 수상경력을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격에 넣었던 게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음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정도는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음대로부터 해명을 들어본 뒤 대학차원에서 입장을 내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전형을 부풀린 경우도 있다. 고려대는 201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는 2506명 가운데 57.3%인 1436명을 일반전형으로 뽑았다. 이 가운데 절반(718명)은 서류전형·면접을 치르지 않고, 논술과 수능으로만 선발했다. 때문에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모집인원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국고지원금 일부 환수해야=교과부의 이번 제재로 고려대·광주과기원은 국고지원금의 20%를, 가톨릭대·서울대·KAIST는 지원금의 3%를 환수해야 한다. 이들 대학이 2010년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지원받은 금액은 △고려대 12억원 △광주과기원 1억4000만원 △가톨릭대 7억4000만원 △서울대 22억원 △KAIST 8억7000만원이다.

교과부 정종철 대입제도과장은 “도입 초기인 입학사정관제가 공교육 정상화 취지에 맞게 정착되기 위해선 대학의 책무성이 중요하다”며 “대학들이 제도 운영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교협은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입학사정관제 운영 대학의 모집요강을 점검, 이를 지난달 교과부에 통보한 바 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을 지키지 않은 대학에 제재방침을 밝힌 것과 동시에 제도 안착을 위한 당근도 제시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관련 예산을 증액해 입학사정관들의 정규직 비율을 오는 2013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전국 입학사정관 4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1년 대학입학사정관제 사례발표 워크숍’에 참석, 입학사정관제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 제도 안착을 위한 당근도 제시=이 장관은 “올해 상반기 중 2차 입학사정관제 5개년 지원계획을 마련하겠다”며 “(차기정부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도입, 2008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1차 지원사업이 내년 만료되는 만큼 상반기 중 제2차 5개년(2013∼2017년) 계획을 세우겠다는 얘기다.

제도 안착을 위해선 입학사정관들의 고용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장관은 “현재 입학사정관들의 정규직 비율이 27.1%인데, 이를 2013년까지 50%로 끌어 올리겠다”며 “315억원 수준인 입학사정관제 지원예산을 내년 100억원 이상 증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액된 예산은 입학사정관을 정규직화하는 사립대에 지원하고, 국립대는 행안부와 협의해 입학사정관을 별도 정원으로 두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차 지원계획에선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제도 도입 초기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 공통기준도 나오고 지원에 대한 규제도 많았는데, 그동안 몰라보게 발전했다”며 “2차 지원계획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신하영·김기중·김봉구·민현희 기자>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1-03-12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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