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고시반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면서 고시 준비생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기존 대학 고시반이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거나 수험서 구입비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 들어 대학은 지도교수와 장학금은 물론 고시반 전용 건물까지 신축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대학들이 고시반 운영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고시 합격자 실적이 대학 평판도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학은 서강대. 서강대는 지난해 고시반 전용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고 2학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보통 고시반이 고시생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에 비춰봤을 때 학교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건물은 신경영관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 독서실과 스터디룸, 동영상강의실, 수면실, 샤워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굳이 신림동 고시촌을 가지 않아도 고시반 안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시반에서는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외무고시, CPA, 변리사 등 5대 고시반과 법학전문대학원의 변호사시험 준비반 학생 300∼400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고시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공감대가 있어 지난달 이사회에서 건립안이 결정됐다”며 “완공 후 운영 상황을 보며 교사 임용고시 등도 수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고시반 ‘일우헌’은 입실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보통 재학생을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우헌은 수능성적 우수자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국가고시 1차 합격자 등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입실시험을 통해 선발하기도 하지만 왠만한 국가고시 1차 시험 수준의 모의고사다. 특히 건국대는 일우헌 입실자 190명을 선발해 모두 전용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한다. 고시 특성상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입실에 선발 된 학생들은 식비 16만원만 납부하면 따로 한 학기 생활비는 들지 않는다. 학교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경쟁률도 평균 3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건국대 일우헌 관계자는 “단순하게 식사나 기숙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재학 중에 고시에 합격한 학생을 중심으로 스터디를 운영하도록 한다”며 “국가고시 출제위원을 초빙해 특강도 진행한다. 건국대 고시 합격생 대부분은 일우헌을 거쳐간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고시반을 만든 한양대는 고시반 통합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면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도 다른 대학보다 다양하고 수혜율도 높다. 한양대 고시반은 등록금 감면장학금, 고시 장학금, 특수 장학생 장학금, 특수대학원 특례입학 장학금 등으로 등록금 전액면제부터 70%, 30% 등 차등해서 지급한다. 또 사법연수원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는데, 사법고시에 최종합격하거나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중인 동문이 일정액이 기부할 때 지도교수가 결정해 일정액을 지원한다.
학교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한양대는 1970년대 중반부터 최근 전국 대학 중 사법시험 합격자 배출 4위, 행정고시 합격자 배출 5위, 공인회계사 배출 4위, 금융감독원 공채 합격자 배출 4위 등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법원행시 수석과 공인회계사 최연소 합격자를 배출했다.
고시반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권세진씨는 “고시반에서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선후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극을 받고 조언도 구했다”며 “기숙사비 면제나 장학금 지원의 혜택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