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 바란다’란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무척 난감했다. 소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대학의 교수로서 이 문제에 대해 필요한 발언을 해야겠다는 마음 한편으로 도대체 현재의 사분위에 무엇을 바란다는 게 과연 가능키나 한 일인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사분위는 말 그대로 사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분규가 발생해 해결이 어려운 경우 그 내용을 파악해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대학이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물론 설립 당시부터 그 구성이나 권한의 범위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고, 사학 분규의 직접적 피해자인 교수·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할 여지는 처음부터 매우 좁았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교육계의 비판도 많았다.
그렇지만 사분위가 애초의 취지를 살려서 분규 대학의 문제를 잘 조정하고 해결해왔다면 그 위상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파견된 임시이사진 체제에서 어느 정도 분규의 상처가 수습되고 실질적 정상화를 이룬 대학들을 다시 비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고, 멀쩡하게 잘 운영되던 대학을 하루아침에 아비규환의 분규 상태로 되돌려 놓고 있다.
지난해 여름 상지대에 현재의 사분위가 저지른 폭거는 우리 교육사의 치욕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런 사분위의 구성원들이 아직 거의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들에게 무엇을 바랄까? 바랄 게 있다면 이들이 자신의 부적격을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진행하고 있는 모든 정상화 작업에서 손을 떼고 자진사퇴하는 것일 뿐이겠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덕성여대도 이 사분위의 손에 그 모든 운명이 맡겨져 있다. 20년 이상 이 대학에 봉직하면서 소위 구재단의 무리하고 비교육적 행태 탓에 적지 않은 피해도 입었고 재직 기간의 반을 분규와 농성으로 보냈다. 굶주리고 끌려가는 학생들을 보며 통분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온 대학 구성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함께 힘을 합쳐 구재단을 결국 몰아냈을 때는 시대도 달라진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거니 했다. 그러나 목하 진행되고 있는 것은 현 사분위가 주도하는 ‘구재단 복귀 시나리오’다.
현재 위원들 대다수는 “정상화란 학내를 차지하고 있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들을 솎아내는 것”이란 식의, 그야말로 극히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졌다는 험한 소리도 들린다. 조선대·세종대·상지대·광운대·동덕여대·덕성여대… 구체적 정황은 각각 달랐지만 고질적인 구재단의 횡포로 교육 주체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한 끝에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던 대학들이다. 그런데 그 대학들이 지금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구재단에 소유권을 돌려주겠다는 현 사분위가 각 대학의 교육 주체들의 삶과 현실에는 무감각인 채 내린 결정이 마치 일상을 휩쓸어버리는 쓰나미처럼 몰아닥치고 있어서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17일 사분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대구대, 덕성여대 등의 정상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 한다. 덕성여대의 경우 추정컨대 재산권 문제로 갖은 반목과 추태를 벌이고 있는 구재단 집안 형제들 가운데서 누가 더 법적으로 소유권이 있는지 따지고 있을 것이다. 교육 현장이란 이들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어떤 결정이 내릴지 모르지만 덕성여대 학생들도 회의장 앞으로 달려간 모양이다. 선생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몸이라도 다치지 말기를 빌 뿐이다.